국제 밀값 30개월來 최고…제분업계 속앓이

이상기후로 수확량 감소
부셸당 835.25센트로 껑충
업계 가격인상 '정부 눈치보기'
밀가루 원료인 소맥 국제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제분업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소맥가격이 작년 초에 비해 70% 가까이 올라 국내 밀가루값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공정거래위원회까지 전방위적인 물가잡기에 나서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제분업계는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르면 내달 초 가격인상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부터 이미 적자구조로 돌아서 가격인상을 더 늦출 수 없다는 게 제분업계의 입장이다. ◆소맥,2년반 만에 최고가 경신

국제 소맥값은 올 들어서도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의 3월 인도분은 24일(현지시간) 부셸당 10.75센트 오른 835.25센트를 기록,2008년 7월3일(872.75센트) 이후 2년6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뜀박질했다. 최근 5거래일 연속 상승해 1주일간 상승률이 8%를 넘었으며 1년 전과 비교해도 67.6%나 뛰었다.

소맥가격 상승은 이상기후로 인해 주요 산지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주요 생산국가 중 하나인 러시아는 지난해 7월 극심한 가뭄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인해 수출금지 조치를 취했다. 남주헌 삼양사 곡물팀장은 "소맥 최대 수출국인 미국과 호주 브라질 등도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발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물량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면서 옥수수 대체곡물인 소맥 수요가 늘어난 것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옥수수와 소맥은 중국 내 소비 증가로 인해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사료의 핵심 원료다. 남 팀장은 "세계적인 작황 부진과 계속 늘어나는 원자재 펀드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소맥가격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딜레마에 빠진 제분업계

한 제분업체 임원은 "지난해 7~8월 들인 고가의 소맥이 원료로 투입되면서 지난달부터 월간 기준으로 적자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그런데 정부가 예상외로 강하게 가격을 통제하고 나와 곤혹스럽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 압박에도 불구하고 설 직후 밀가루 출하가격을 인상하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설 물가안정 정책에 협조하기 위해 가격인상 시기를 당초 이달 중순에서 내달로 미룬 것"이라며 "더 이상 인상 시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가격 인상폭은 두 자릿수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소맥이 밀가루 가격에서 차지하는 원가비중은 75%에 이른다"며 "지난해 초 이후 소맥가격이 70% 가까이 오른 점을 감안할 때 15% 이상의 밀가루값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소맥값이 안정세를 보이던 2009년부터 지난해 초까지는 국내 밀가루값도 세 차례에 걸쳐 내렸다"며 "이번에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경우 4~5월께 30~40% 가격 인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