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7월부터 수십 개 노조 생길텐데…1년 내내 교섭만 하라는 얘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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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교섭 단일화' 혼선 우려기업들은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이용득 신임 한국노총 위원장의 발언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복수노조 시행을 불과 5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또 다른 혼란을 피할 수 없어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당장 7월부터 한 사업장에서 수십 개의 노조가 생길 수 있는데,이 위원장 말대로라면 사측이 이들 모두와 개별 협상을 하라는 것"이라며 "창구단일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복수노조를 아예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현대 ·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심각한 사회혼란을 겪으면서 새 노사관계법이 겨우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다"며 "이제 와서 법과 원칙을 훼손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초 복수노조 도입에 반대했던 일부 무노조 기업들도 교섭창구 단일화만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A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노동계 정서상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근로조건에서 차이가 나선 곤란하다"며 "교섭창구 단일화가 안될 경우 개별 노조와 각각 협상하면서도 모든 근로조건을 다 맞춰줘야 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P사 관계자는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면 노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교섭창구까지 단일화되지 않으면 기업경영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창구 단일화가 노동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기업 노무담당자는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1년 내내 교섭으로 시작해 교섭으로 끝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조사2본부장은 "위원장이 바뀌었다고 기존 정책의 틀을 한꺼번에 깨겠다면 안될 말"이라며 "교섭창구 단일화는 복수노조를 시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며,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다만 복수노조가 정식 시행되기 이전에 한국노총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란 게 경총 측의 기대다. 경총 관계자는 "과거 이용득 위원장 시절 노사발전재단이나 노사재취업센터 등을 공동으로 설립한 경험이 있다"며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계속 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이정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