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화정책 논란] 시장 예측 벗어나진 않았지만…美 국채 매도세, 금리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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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인플레 우려 커져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6일(현지시간) 경제 회복이 불충분하다며 양적완화 유지 입장을 밝혔는데도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연 3.42%로 전날보다 0.09%포인트 상승했다.
통화당국의 정책이 시장 예상과 부합했는데도 국채 매도세가 확산된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국정연설에서 구체적인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내놓지 않은 데 대한 실망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오바마는 연방정부 지출 삭감으로 4000억달러의 적자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연금개혁 등 구체적인 방법을 언급하지 않았다. 운더리치증권의 마이클 프란지스 채권트레이딩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연방정부 지출 동결 기준이 2009년 수준으로 높은 편"이라며 "적자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개혁이 없으면 미 재정문제는 국채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회예산국은 9월 말 끝나는 올 회계연도 연방정부 적자가 1조4800억달러로 작년(1조3000억달러)보다 늘어날 것으로 이날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연설이 미 국채 매도세를 초래하긴 했지만 금리 급등의 근본적인 배경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탓으로 볼 수 있다. 30년 만기 장기 국채 매도세가 강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장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큰 것은 아니지만 미 통화당국의 양적 완화조치가 장기적으로는 물가 상승을 야기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모건키건의 캐빈 기디스 채권부문 대표는 "FRB가 인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잡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채 매도세는 확산되고 비교적 만기가 짧은 5년 미만 채권에 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날 350억달러 규모의 5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 매수 강도가 평소보다 강했던 것도 이 같은 투자 행태 때문으로 보인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