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베이비붐 세대의 新빈곤층 전락, 근본대책 없나

베이비 부머(1955~1963년생)들이 작년부터 정년(만 55세 기준)을 맞아 직장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준비없이 창업에 뛰어들어 어렵게 모은 돈을 날리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적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직장에서나 창업 전선에서 지금처럼 내팽개쳐질 경우 신(新)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베이비 부머들이 인생 2막을 성공적으로 열어나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창업지원 시스템을 만드는 게 어느 때보다 절실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서울시와 6대 광역시에서 창업한 사람의 나이를 따져 보니 50대 이상이 5년 전에 비해 7%포인트 높은 29%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부터 정년을 맞기 시작한 베이비 부머들이 대거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는 노하우가 부족해 주로 식당 같은 소규모 서비스 · 유통업에 손을 댄다는 것이다. 레드오션 업종에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퇴직자들이 가세하면서 수익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여기서 탈락한 사람들은 결국 신빈곤층으로 떨어진다. 베이비 부머의 퇴직과 창업 실패의 악순환을 끊지 않을 경우 양극화는 심화되고 사회적 갈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따라 베이비 부머들이 생계형 창업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정년퇴직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기존 회사에서 재고용하거나 다른 회사에 재취업할 수 있는 길을 다양하게 마련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는 심각한 청년 실업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베이비 부머들로선 어쩔 수 없이 제2의 인생을 새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창업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선 공공기관 등을 통한 창업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퇴직자의 나이,경력,전문성,네트워크 등을 감안해 최적의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관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동시에 그들이 특정 업종에 몰리지 않고 다양한 창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서비스업 전반의 규제를 철폐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기존 직장에서도 퇴직을 앞둔 직원들에 대한 재교육과 재취업 알선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육체적 나이만 늘어나는 것은 고통이라는 인식이 들지 않도록 제2의 인생을 지원하는 것은 이 사회의 기본적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