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격통제 본격화 "철강값 올리지 마라"

"원료값 치솟는데"…기업들 곤혹
정부가 시장 가격에 대한 개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두부 커피 당면 등 소비재값을 올리지 못하도록 막은 데 이어 철강재 등 산업재 가격 인상도 통제하고 나섰다.

지식경제부가 주요 철강업체 관계자를 최근 과천 정부 청사로 불러 철강재 가격 인상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철강업계는 이달 말로 잡았던 제품값 인상 계획을 보류했지만 국제 원료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식료품 정유 등 소비재 업종에 대한 원가 조사까지 벌이며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지경부도 산업재 가격 통제에 가세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경부는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제품 가격을 묶어 자동차 · 조선 · 건설 등 관련 산업재 가격이 순차적으로 오르는'후방 효과' 확산을 막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철강업체 마케팅 담당자들과 만난 것은 일반적인 업무 협조 차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 요청으로 철강업계는 일단 이달 말부터 철강재 실거래값 할인폭을 축소해 가격을 올리려던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당초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열연강판(기준 가격 t당 90만원) 등 주요 철강재의 실거래값 할인폭을 기존 t당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춰 가격을 5%가량 올릴 계획이었다.

작년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철강재 가격을 동결했지만 현물 시장에서 철광석 유연탄 철스크랩(고철) 등 원료값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한 대형 철강업체 관계자는 "원료값이 한 달여 만에 최고 70% 급등했지만,제품 가격에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익성 악화뿐만 아니라 시장 왜곡 현상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경제신문이 이날 30개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대기업 10곳 중 9곳은 공정위의 기업 조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기업 조사 횟수가 늘고,강도도 높아지는 등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공정위발(發) 스트레스'가 전 정권에 비해 더 심해졌다는 얘기다.

장창민/이정호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