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 릴레이 인터뷰④]최경수 현대證 사장 "올해는 주식의 해…최상의 투자지표는 실적"

"100억원 이상 투자되는 결제서류는 제가 일일이 챙겨 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안정적인 투자가 바로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최경수 현대증권 대표이사 사장(62세, 사진)은 자기자본 투자에 적극적이다. 앞으로 브로커리지와 신용·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한 수수료 수익만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더 이상 성장해 나갈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최 사장은 그러나 투자에 적극적이되, 투자리스크가 큰 곳에 투자할 때는 그 누구보다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이런 그를 두고 부하직원들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애사심(愛社心)이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그는 자사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현재 약 8200주 보유)하며 "현대증권은 '저평가 자산주'"라고 직접 홍보까지 하고 다닌다.

◆"다양한 PI 투자 등으로 수익구조 다변화 시도할 것"

최 사장은 27일 한국경제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과의 신년인터뷰에서 "현대증권은 사모펀드(PEF), 헤지펀드 등을 통해 외형을 키우고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 사장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수익 구조의 다변화다. 그는 "브로커리지에 편중돼 있던 수익구조를 PI, 자산관리, 투자은행(IB)으로 다양화·선진화한 점이 취임 후 가장 큰 성과"라며 "PI 부문이 성장하면서 2007년 수익의 60~70%을 차지하던 브로커리지 사업 비중은 3년 연속 50%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현재 2조7000억원인 현대증권 자기자본을 3조원까지 늘려 탄탄한 투자기반을 다지는 것을 임기 내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올해는 강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돼 브로커리지와 자산운용을 핵심사업으로 정했다.

그는 "증권사 경영은 햇빛 날 때 장사가 잘 되는 짚신장사, 비올 때를 기다리는 우산장사를 동시에 하는 것과 같다"며 "올해는 주식의 해로, 증권사 본연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금융투자 회사 간 진검승부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많은 수익을 올려준 채권부문은 최근 금리인상 등으로 당분간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고 최 사장은 판단했다. 그는 "지난 주말 시장에 나갔더니 배 한 개에 6000원씩, 4개에 2만원이 훌쩍 넘더라"며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고, 자금은 채권과 예금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또 영업에 중점을 두면서 1월 인사도 영업력이 강한 젊은 직원들을 지역본부장으로 앉혔다. 그는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시장지배력을 키우려면 소매영업 부문 수익의 85%를 차지하는 VIP고객을 잡아야 한다"며 "VIP고객 확충을 위해 금융상품, 영업프로세스, 고객서비스 등을 VIP 고객에 초점을 맞춰 혁신할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영업력 강조는 비단 국내에서 그치지 않았다. 최 사장은 "나라에 따라 시장 특성이 다른 만큼 시장 상황에 맞는 사업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며 "선진국에서는 해외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에 하도록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 같은 자원부국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같은 IB 사업에, 베트남처럼 성장률이 높고 기업이익이 증가하는 국가에서는 주식중개 사업에 중점을 두고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각국 네트워크 별로 분산했던 투자자본을 홍콩에 집중시켰다"며 "홍콩을 글로벌 자산운용의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현대증권은 영국, 미국,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에서 현지법인(지점)과 해외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올해는 '주식의 해'…"가장 중요한 투자지표는 바로 실적"

최 사장이 올해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주식의 해'를 맞아 그에게 가장 중요한 투자지표는 무엇일까. 그는 "기업 실적이 바로 투자의 나침반"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 사장은 "한국기업의 질적 변화를 읽지 않고 주가지수만 보기 때문에 작년 22%가 넘는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많은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이 낮은 것"이라며 "한국 경제와 한국 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기업이익은 2007년 65조원에서 올해 95조원으로 한단계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또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유동성 장세 등으로 코스피 지수가 연내 2400인트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최 사장은 전했다. 그는 중국에 이어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올 1분기, 미국이 2분기에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한편, 최 사장은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2000년부터 재정경제부에서 근무해오다 2003년 중구지방국세청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제22대 조달청장을 역임한 뒤 우리은행 사외이사 등에서 금융기관의 경영에 직접 참여했다. 2008년 5월부터 지금의 현대증권을 이끌고 있으며, 당시 그는 고위관리 출신의 증권사 사장으로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