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룡의 준비된 은퇴] 직장 떠나는 베이비부머…최대 고민은 주거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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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인생 설계는 무엇일까? 창업,재취업,노후자금 계획,의료비 준비,상속설계 등 따져봐야 할 일은 숱하게 많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풀기 어려운 것은 주거계획인 것 같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총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수준으로 워낙 높다 보니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생활비 마련이나 창업과 같은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얼마 전 지방에 있는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70대 어르신을 만났다. 그분은 교장선생님으로 평생을 일한 뒤 은퇴한 후 고향에 조그만 전원주택을 지어 8년쯤 편안하게 살았다. 하지만 작년부터 부인이 병에 시달리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자신이 자동차 운전을 할 수 없고 부인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시설이 부실해 점점 생활이 힘들어졌다. 급하게 노인병원이 있는 실버타운으로 옮겼지만 입주금을 마련하지 못해 3개월 단기 입주를 연장해 나가고 있다. 고향에 있는 전원주택이 좀체 팔리지 않아서다. 사회활동이 왕성한 40대나 50대에게 은퇴 후 살 곳을 물으면 전원주택 실버타운 자기집 요양원 등의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은퇴생활은 활동기(60~70대 중반),회고기(70대 후반),간병기(80대),부인생존기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건강한 시기만 고려한다든지,부인이 남편 사별 후 10년 정도를 외롭게 질병에 시달리면서 살아가는 시기를 따져보지 못한다.
고령화가 한창 진행되는 일본에선 지난 20년간 주택가격이 60% 넘게 떨어지면서 노인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이들이 20~30년 전 구입한 신도시 맨션에서 불편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답답해진다. 도심의 아파트는 이웃과 단절돼 외롭고 유지비와 생활비가 많이 든다. 방문과 화장실에 높은 문턱이 있어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 어려운 주거환경이다. 만약 수백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들이 한꺼번에 아파트에서 빠져 나온다면 부동산 가격의 폭락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부동산을 어떻게 노후생활비나 의료비로 전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역모기지는 자기 집을 원하는 국민정서나 공급재원의 한계로 인해 모든 국민이 이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부동산 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 현재의 부동산을 축소해 노후생활을 하고 싶은 곳으로 이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충분한 금융자산을 확보하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고령자들이 목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경우는 바람직하지 않다. 질병이 발생하거나 치매와 같이 판단력이 흐려지면 자금운용이 곤란해진다. 고령화가 우리보다 앞서 진행된 서양처럼 관리부담이 없는 연금화하는 계획을 세워볼 필요가 있다. 의료비 역시 목돈으로 지출하기보다는 자동적으로 지출되는 장치를 마련하면 고령화시대를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얼마 전 지방에 있는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70대 어르신을 만났다. 그분은 교장선생님으로 평생을 일한 뒤 은퇴한 후 고향에 조그만 전원주택을 지어 8년쯤 편안하게 살았다. 하지만 작년부터 부인이 병에 시달리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자신이 자동차 운전을 할 수 없고 부인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시설이 부실해 점점 생활이 힘들어졌다. 급하게 노인병원이 있는 실버타운으로 옮겼지만 입주금을 마련하지 못해 3개월 단기 입주를 연장해 나가고 있다. 고향에 있는 전원주택이 좀체 팔리지 않아서다. 사회활동이 왕성한 40대나 50대에게 은퇴 후 살 곳을 물으면 전원주택 실버타운 자기집 요양원 등의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은퇴생활은 활동기(60~70대 중반),회고기(70대 후반),간병기(80대),부인생존기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건강한 시기만 고려한다든지,부인이 남편 사별 후 10년 정도를 외롭게 질병에 시달리면서 살아가는 시기를 따져보지 못한다.
고령화가 한창 진행되는 일본에선 지난 20년간 주택가격이 60% 넘게 떨어지면서 노인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이들이 20~30년 전 구입한 신도시 맨션에서 불편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답답해진다. 도심의 아파트는 이웃과 단절돼 외롭고 유지비와 생활비가 많이 든다. 방문과 화장실에 높은 문턱이 있어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 어려운 주거환경이다. 만약 수백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들이 한꺼번에 아파트에서 빠져 나온다면 부동산 가격의 폭락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부동산을 어떻게 노후생활비나 의료비로 전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역모기지는 자기 집을 원하는 국민정서나 공급재원의 한계로 인해 모든 국민이 이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부동산 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 현재의 부동산을 축소해 노후생활을 하고 싶은 곳으로 이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충분한 금융자산을 확보하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고령자들이 목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경우는 바람직하지 않다. 질병이 발생하거나 치매와 같이 판단력이 흐려지면 자금운용이 곤란해진다. 고령화가 우리보다 앞서 진행된 서양처럼 관리부담이 없는 연금화하는 계획을 세워볼 필요가 있다. 의료비 역시 목돈으로 지출하기보다는 자동적으로 지출되는 장치를 마련하면 고령화시대를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