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용등급 떨어지자 수출株 '화들짝'

엔화가치 약세 전환 우려, 자동차·철강株 동반 하락
"경쟁 우위…큰 영향 없을 것"
자동차 등 주요 수출주 주가가 급락하면서 28일 국내 증시는 닷새 만에 하락 반전했다.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하락 여파로 엔화가 일시적으로 약세(엔 · 달러 환율 상승)를 보이면서 그간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던 국내 정보기술(IT)주와 자동차주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엔화 가치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주 동반 급락현대모비스는 이날 6.76%(2만원) 떨어진 27만6000원으로 마감됐다. 하루 하락률로는 작년 1월5일(-7.08%) 이후 최대 다. 크레디트스위스와 UBS 등 외국계 창구로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 현대차도 외국인 매물에 밀려 18만8000원으로 4.08%(8000원) 밀려났고,기아차는 3.05% 내린 5만7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AA-'로 강등했다는 소식에 전날 엔 · 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자동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엔화 약세는 일본 자동차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어서 국내 수출업체들에는 부정적이다. 자동차주 외에 삼성SDI(-4.63%) LG전자(1.66%) 포스코(-1.28%) 등 그간 엔화 강세 수혜주로 거론됐던 주요 종목들도 이날 동반 하락했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 · 달러 환율은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고,국내 완성차업체들의 경쟁 우위는 가격뿐 아니라 품질과 서비스 측면에서 앞서고 있어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날 달러당 82.85엔까지 치솟았던 엔 · 달러 환율은 이날 82.60엔으로 다시 떨어졌다. 박승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등급이 떨어져도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엔 · 달러 환율은 내림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수출주들의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국가 신용위기는 경계해야

유럽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재정 부담 우려에 따른 국가 신용위기가 확대되고 있는 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위기 이후 2년간 지속돼 온 글로벌 경기 회복이 대부분 정부의 재정지출에 의존한 것이어서 장기적으로 부채 증가에 따른 각국의 신용도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아직 민간 부문이 경기를 주도할 정도로 체력을 회복하지 못한 데다 유럽 국가들처럼 구제금융 등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 문제를 봉합하는 한 국가 신용위기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실제 디폴트(채무 불이행)까지 갈 가능성은 낮지만 각국의 재정 부담 확대에 따른 위험은 향후 수년간 반복되면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신환종 우리투자증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반복된 소버린 이슈는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주식뿐 아니라 해외 주식 · 펀드 투자가 늘어나고 있어 세계 각국의 채무 위험도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유럽과 동남아 주요 국가들의 국가 신용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그는 "이머징(신흥국) 국가 중에서도 베트남은 공기업 부문의 우발채무 가능성 등이 높아 투자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