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사기' 까르푸, 中서 뭇매

10년간 임금 동결도 드러나
反외자 정서 확산될까 촉각
까르푸가 중국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가격사기 사건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 10년간 임금이 동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인들의 비난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까르푸가 중국 진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번 까르푸 사태로 중국인들의 반외자 정서가 자극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중국 '가격사기에 임금동결이라니'까르푸는 지난 26일 상하이 등 일부 점포에서 원가를 속이거나 가격표보다 더 높은 값을 받는 식으로 '꼼수'를 부린 데 대해 사과했다. 창춘의 까르푸 신민점은 원가 119위안짜리를 169위안짜리라고 속인 뒤 이를 특별할인해 50위안에 판다고 선전했다. 상하이 난샹점은 36위안이라고 가격을 써붙여 놓고 49위안을 받았다. 까르푸는 발전개혁위원회의 명령대로 소비자들에게 피해액의 5배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까르푸의 사과 성명이 나온 뒤 중국 인터넷과 언론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배상 방식도 밝히지 않는 등 진정성이 없다는 게 이유다. 중국 CCTV 등은 특집프로그램을 내며 까르푸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까르푸가 지난 10년간 임금을 동결,사실상 임금을 착취해왔다고 비난했다. 신화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20개 까르푸 매장에서 근무하는 6000명의 근로자들은 1998년 이후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상하이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은 무려 3배가 올랐다. 까르푸는 임금 단체교섭을 거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족주의 정서 자극할까 전전긍긍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열악한 티베트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참여를 거부하자"고 주장한 뒤 까르푸는 한동안 불매운동에 시달렸다. 종업원들이 'I Love China(중국을 사랑한다)'라고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일하는 등 안간힘을 쓴 끝에 어렵게 마무리되긴 했지만 외자기업들 중 일부는 폭풍을 함께 맞았다. 어린이들에게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팔아 돈을 번다는 비난이 맥도날드와 KFC에 쏟아진 것이 그런 사례다. 일부 외자기업의 가전제품은 가격이 비싸다는 트집을 잡히기도 했다. 베이징에서 사무실 집기를 수입해 파는 리창씨(43)는 "반외자 정서가 고조되면 매출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괜히 트집을 잡아 제품을 반품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까르푸 사태가 반외자 정서로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베이징의 한 외국 기업 대표는 "중국인들과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지 않도록 직원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다"며 "어떤 꼬투리가 잡히지 않도록 혹시라도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종합적인 점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