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부니부니' 흥행 돌풍…어린이 공연의 진화

클래식 공연 예매율 4주째 1위

"반짝 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소리마을 하늘에도 부니부니 맘속에도." 객석에 앉은 5~10세의 아이들이 모차르트의 '작은별 주제에 의한 12변주곡' 선율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손을 반짝이며 율동을 하자 무대 위의 크크크대마왕이 쓰러지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신이나서 노래를 더 큰 소리로 부른다.

구민지양(9)은 "클래식 음악을 처음 들었는데 악기를 닮은 주인공이 나오고 악기 연주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 중인 창작 음악극 '부니부니'가 클래식계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공연은 최근 3주 동안 인터파크 공연 예매 클래식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초연할 때 평균 유료객석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했고 오는 6일까지 극장 용 무대에 오르는 두번째 공연에서도 평균 유료객석점유율 60%를 웃돌고 있다. 이 정도면 비수기에 접어드는 1월에 '중박(中博)'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부니부니'는 방학 특수를 노린 어린이 공연 시장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창작 클래식 공연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의 아리아,바흐와 베토벤 등의 명곡들로 극을 진행한다. 트롬본과 호른 트럼펫 클라리넷 등 금관 목관 악기들로 등장 인물을 캐릭터화했다.

내용은 게임을 좋아하는 주인공 동훈이가 크크크대마왕에게 납치된 엄마를 악기 캐릭터인 부니부니 친구들과 함께 구하는 과정을 그린다. 어린이 140여명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조은주 예그린어린이집 원감은 "아이들이 접하기 힘든 클래식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공연이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자녀와 공연을 관람한 이진주씨(33)는 "무대 양측에 클래식 곡의 제목과 작곡가의 이름이 표시돼 교육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얘기했다. '부니부니'를 기획하고 제작한 안종민 예술감독은 "10년 동안 공연계에 있으면서 어린이용 클래식 공연에 대한 소비자 욕구를 파악했고 기획단계부터 지금과 같은 공연 포지셔닝을 잡았다"며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원소스 멀티 유즈' 전략도 돋보인다. 제작 기간 3년 이상인 이번 공연은 처음부터 캐릭터 사업과 연계했다. 앞으로 중국 '총몽 카툰 그룹'과 MOU를 맺고 애니메이션도 제작할 예정이다. 또 음악 공부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무료로 사용토록 할 계획이다. 공연 음악을 담은 CD도 판매 중이며 관련 책도 곧 펴낼 예정이다.

안 감독은 "악기는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소재인데다 어느 나라 사람이나 쉽게 발음할 수 있도록 캐릭터 이름도 '부니부니'로 했다"며 "앞으로 교육사업으로 확장하고 테마파크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