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진의 World Biz] '재스민 혁명'에 아우디가 떠는 이유

"외국인의 '매스 엑소더스(mass exodus · 대탈출)'가 시작됐다. " AFP통신은 31일 이집트의 반독재 시위를 보도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미국 인도 터키 이라크 등이 이집트에 체류하는 자국민들의 대피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튀니지에서 촉발된 재스민혁명(튀니지의 국화 재스민의 이름을 딴 반독재 시위)이 아랍권으로 들불처럼 번지면서 이 지역과 교류해온 국가의 정부들은 자국민 안전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아랍권의 시민혁명 불길에 불똥이 튈까 우려하는 건 인근국 정부뿐만이 아니다. 이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해온 외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외국 자동차 업계가 튀니지의 커넥션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지난 25일자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포드 다임러 아우디 등이 벤 알리 전 대통령의 친인척이 갖고 있는 수입자동차 판매권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는 것이다. 벤 알리의 처남은 포드자동차,사위는 포르쉐 아우디 기아자동차를 독점 수입해왔다.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성난 시위대들은 이들의 자동차 대리점을 공격,약탈했다. 아우디는 안전을 이유로 아예 튀니지로의 수출을 잠정 중단했다.

떨고 있는 건 외국 자동차업계만이 아니다. 23년간 집권해온 벤 알리 정권 일가와 손잡은 외국 기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벤 알리의 사위 마르완 벤 마부르크는 프랑스텔레콤의 튀니지 현지 파트너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처조카인 이메드 트라벨시는 프랑스 실내장식 회사인 브리코라마의 파트너사인 '메드 비즈니스 홀딩스'의 회장으로 지난 14일 국외로 탈출하려다가 공항에서 성난 폭도들에게 피습당해 숨졌다.

반 정부 시위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 나라에선 과거정권 일가에 대한 부정부패 척결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외국 기업의 뇌물수수 혐의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년여 전 부정부패 혐의로 대통령이 축출된 키르기스스탄에서 새 대통령인 로자 오툰바예바가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키르기스 기업인과 미국인이 합작한 미나사가 나에게 접근하기 위해 과거(정권)처럼 가까운 친척들을 이용하려 했다"고 비난한 게 대표적이다.

한국이 자원 외교를 집중하고 있는 아프리카는 유난히 독재정권이 많다. 최근 불고 있는 반독재 반세습의 거대한 흐름은 아프리카 자원 개발에 나서는 외국 정부와 기업에 접근 방식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독재정권 일가와의 관계 강화보다 사업의 투명성 제고에 더 힘쓰는 게 재스민 혁명의 불똥을 피할 수 있는 길이다.

오광진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