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타 버바 왓슨, 이번엔 정교함 앞세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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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PGA 파머스인슈어런스미국PGA투어 시즌 네 번째 대회인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총상금 580만달러)은 두 '왼손잡이'가 우승대결을 벌인 끝에 버바 왓슨(32 · 사진)이 최후에 웃었다. "첫 대회에서 우승하려 했다"는 필 미켈슨(40 · 이상 미국)은 1타차로 2위를 차지했다.
결정적 퍼트 2개로 미켈슨 제압
앤서니 김 6위·우즈 44위 '최악'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토리파인스GC 남코스(파72 · 길이 7569야드) 18번홀.그린 주위에 몰려든 갤러리들이 두 선수의 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홀은 길이 522야드의 짧은 파5홀이나 그린 앞에 워터해저드가 도사리고 있어 드라마가 펼쳐질 수 있는 곳.왓슨은 투어에서 내로라하는 '장타자'다. 2006~2008년에 이어 올해도 드라이버샷 거리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렇지만 이날 승리는 두 번의 결정적 퍼트 덕분이었다. 17번홀에서 3m 거리의 파 세이브 퍼트를 넣어 선두로 나선 왓슨은 18번홀에서 드라이버샷을 350야드 날린 후 그린을 노린 7번아이언 세컨드샷이 벙커에 빠졌다. 벙커샷은 홀 옆 3.6m 지점에 멈췄다. 왓슨은 '클러치 퍼트'를 성공하며 추격선수들보다 2타 앞선 채 대회를 마쳤다.
뒷조에서 플레이하던 미켈슨의 18번홀 티샷은 러프에 멈췄다. 홀까지는 228야드.잔디가 역결이어서 라이는 썩 좋지 않았다. 하이브리드로 치면 그린 앞 해저드를 '캐리'로 넘길 수 없고,3번 우드를 잡자니 볼이 그린을 훌쩍 넘어갈 듯했다. 공격적인 전략으로 유명한 미켈슨은 그답지 않게 레이업을 했고,세 번째 샷으로 승부를 걸었다. 왓슨이 마지막 퍼트를 하기도 전에 내린 결정으로 의외였다. "페어웨이에서 웨지샷을 하는 편이 스코어를 줄이는 데 더 유효할 것 같아서 그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그때 함성이 들렸다. 왓슨이 버디를 성공한 것이다. 미켈슨은 간격이 2타로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홀까지는 72야드였고,그의 손에는 로프트 64도 웨지가 들렸다. 이때 특이한 장면이 나왔다. 캐디를 그린으로 보내 깃대를 잡게 한 것.페어웨이샷에서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이글에 대한 욕망이 간절했음을 보여준다. 미켈슨은 "캐디에게 홀 주변의 라인을 살피도록 하려는 의도로 그랬다"고 나중에 말했다. 갤러리들이 숨을 죽이고 지켜봤으나 미켈슨의 웨지샷은 홀 옆 1.5m 지점에 멈추고 말았다. 미켈슨은 버디퍼트를 성공했지만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우승하지 못해 실망한 것은 사실이지만,나무랄 데 없는 샷을 날렸다"고 자위했다. 장타자는 두 차례의 결정적 퍼트 덕분에 우승하고,'모 아니면 도'식의 공격형 선수는 레이업으로 2위에 그치고….2011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은 골프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줬다.
왓슨의 우승은 지난해 트래블러스챔피언십 이후 통산 2승째다. 지난해 말 폐암으로 아버지를 여읜 왓슨은 "아버지가 이 자리에 없어서 슬프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우승상금은 104만4000달러(11억7000만원).
시즌 첫 대회에 출전했던 타이거 우즈(미국)는 3,4라운드에서 오버파를 치며 공동 44위에 그쳤다. 그가 이 대회에서 10위 밖으로 밀려난 것은 처음이다. 1996년 프로 전향 후 시즌 데뷔전 성적으로도 최악이다. 우즈는 "보완할 점이 많아 연습을 더 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지난주 봅호프클래식 챔피언 조나탄 베가스(베네수엘라)는 공동 3위를 기록했다. 베가스는 투어 데뷔 후 10라운드 연속 60타대 스코어를 내며 다크호스로 자리잡았다. 한국계 앤서니 김(26 · 나이키골프)은 공동 6위를 차지했다. 토리파인스GC 남코스가 파에 비해 긴 때문인지 왓슨,미켈슨,더스틴 존슨,베가스,앤서니 김 등 상위권 선수들이 모두 장타자였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