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견 플랜트 업체 'M&A 바람'

한텍, 후성그룹에 피인수
10개월새 3곳 주인 바뀌어
"대기업과 출혈 경쟁 피하자"
중견기업, 해외로 눈 돌려
울산 플랜트업계가 새해 벽두부터 기업 인수 · 합병(M&A) 광풍에 휩싸이고 있다. 작년에 성진지오텍,디케이티(옛 대경테크노스)가 새 주인을 맞은 데 이어 한텍이 후성그룹에 인수됐기 때문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후성그룹은 화공기기와 기계를 제작하는 한텍 지분 74%(593만9770주)를 300억원에 취득해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냉매가스를 비롯해 NF3,WF6,C4F6 등 각종 불화물 전문 제조업체인 후성그룹은 한텍 인수로 계열사가 20개에서 21개로 불어났다. 후성은 한텍을 통해 석유화학 장치산업에 본격 진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성진지오텍은 지난해 3월 포스코가 경영권을 전격 인수했다. 성진지오텍은 석유화학 플랜트와 담수설비,해양설비,오일샌드 원유 정제 모듈 등을 제작하는 국내 굴지의 플랜트 기자재 전문업체로 손꼽힌다.

포스코 관계자는 "성진지오텍 인수를 계기로 기존 화력발전 플랜트 중심의 포스코건설이 다양한 플랜트 건설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GS글로벌이 화공기기와 발전설비 제조업체인 디케이티(DKT · 옛 대경테크노스)를 인수했다. 디케이티는 정유 플랜트,석유화학 플랜트,LNG 파워 플랜트 등에 들어가는 화공기기와 발전설비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매출 1000억원이 넘는 중견 플랜트 3개 업체가 잇달아 인수되면서 티에스엠텍 일진에너지 대봉아크로텍 삼창기업 등 플랜트 전문 중견기업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당장 대기업의 자본력과 영업력을 발판으로 삼아 국내외 플랜트 수주에 나설 경우 저가 출혈 경쟁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여기다 그동안 업체들마다 특화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한 산업 분야에 대기업이 가세할 경우 생존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 플랜트 업체들은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대기업과 각축전을 벌이기보다는 해외 틈새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티에스엠텍(회장 마대열)은 티타늄 장비 분야 세계 1위 기술력을 바탕으로 보조기기와 원자력 연료 및 폐기물 저장 · 이송장치 등 원전 핵심 기기에 대한 글로벌 수주 영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일진에너지(대표 이상배)는 중국 태양광 발전설비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상배 대표는 "지난 3년여 동안 중국에서 폴리실리콘 제조 핵심 장비인 CVD리액터와 태양전지 생산용 열처리 제작 분야에서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며 "올해도 600억원 이상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창기업(회장 이두철)은 최근 요르단 교육용 원자로 계측기 우선 협상자로 선정되는 등 제어 계측기 분야 해외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대기업이 이 같은 사업에까지 진출 범위를 확대할 경우 회사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것이라며 정책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