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스텔스기

미국은 1974년 스텔스 전투기 F-117(나이트 호크) 개발을 추진하면서 극비에 부쳤다. 개발업체로 록히드사를 선정한 것도,1981년 시험비행에 성공한 것도,모양과 성능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때 실전 투입되면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1년 걸프전쟁에는 44기가 동원돼 목표지점을 정확하게 타격했으면서도 1대도 격추되지 않는 전과를 올렸다.

스텔스기는 전파 반사 면적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디자인된다. 또 기체에 전파를 흡수하는 특수 페인트를 칠한다. 여기에 배기가스까지 냉각시켜 방출함으로써 적외선 탐지도 막아낸다. 그렇다고 레이더에 전혀 안 잡히는 건 아니다. 미량이지만 전파가 반사되면서 레이더에 흔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만 그 크기가 워낙 작아서 '잡음'으로 처리된다고 한다. 보통 레이더는 일반 항공기를 400여㎞ 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는 반면 스텔스기는 수십㎞까지 접근해야만 포착할 수 있단다. 적의 심장부까지 파고들어 미사일을 쏴도 대응할 시간이 없는 셈이다. F-117을 대체한 기종은 F-22(랩터)다. F-22의 위력은 2006년 여름 알래스카 모의 공중전에서 입증됐다. 미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 · 16 · 18을 114대나 격추시키고도 F-22는 단 한 대도 손상되지 않았다. 그래서 '하늘의 지배자'로 불린다. 지난해 11월 한 · 미 연합 해상훈련 때 김정일 위원장이 벙커로 숨은 것도 F-22 때문이었다고 한다. 미국은 F-22의 해외 판매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현재 스텔스기를 실전 배치한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여기에 도전장을 낸 게 중국이다. 지난 11일 자체개발한 젠(殲)-20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일본도 2016년 완성을 목표로 신신(心神 · ATD-X)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 영국 등 9개국이 공동개발중인 F-35(라이트닝)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제공권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가 차세대 전투기 도입 시기를 2016년에서 1년쯤 앞당긴다고 한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와 무장능력이 좋은 F-15K 전투기 등을 섞어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란다. 하지만 차세대 전투기사업 착수금이 올해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모양이다. 중국 일본의 동향을 보나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해서나 미룰 일이 아닌 것 같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