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물가 잡느라 느슨해진 하도급 조사

11년 운영 불공정 신고센터
"효과 적다" 올해는 설치 안 해
공정거래위원회가 1999년부터 매년 명절을 앞두고 운영하던 '불공정하도급 신고센터'를 올해 설에는 중단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소기업계에선 "물가 때문에 하도급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고센터는 중소기업이 받지 못한 하도급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설에 신고센터 운영을 중단하는 것과 관련,"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려 있는 데다 그동안 신고센터를 가동했을 때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31일 말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공정위가 홍보해왔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공정위가 그동안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8차례 신고센터를 운영한 결과 불공정하도급 신고는 총 1120건,전화 상담까지 포함하면 총 6000건에 육박했다.

이를 통해 상당한 성과도 거뒀다는 게 공정위의 평가였다. 신고센터를 통해 지급된 하도급은 지난해 설에 약 65억원,추석에 약 24억원 등 4년간 318억원을 넘는다.

공정위는 또 신고센터가 공정위 본부 조직인 하도급개선과와 각 지방 공정거래사무소 5곳 등에 설치돼 중소기업들이 원 사업자로부터 하도급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 사건을 전화나 팩스로 간편하게 접수해왔다고 강조해왔다. 공정위는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건을 다른 사건보다 우선적으로 처리,자진시정을 유도하거나 합의중재를 이끌어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상당한 도움을 줬다고 자평해왔다. 이 같은 사례들을 감안하면 공정위가 유독 올해 설을 앞두고 신고센터의 실효성이 없다고 밝힌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중소기업들의 반응이다. 일각에선 김동수 신임 공정위원장이 취임한 뒤 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펴느라 불공정 하도급 단속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 내에서조차 "위원장이 바뀐 뒤 조직 전체적으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고 물가 안정을 강조하면서 불공정하도급 신고센터를 준비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명절을 앞두고 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에 대금을 제때 지급해야 한다는 선언적인 효과가 있다"며 "올해 추석에는 신고센터 운영 재개를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