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삼국지의 간웅…난세의 영웅…편견 걷어낸 조조의 맨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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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CEO를 위한 용인술의 대왕 | 장야신 지음 | 박한나 옮김 | 휘닉스 | 1264쪽 | 6만원"조조를 이야기하면 《삼국지연의》를 쉽게 떠올리고,연극 무대 위 화려한 얼굴의 간신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는 조조를 살피는 진정한 방법이 아니다. 역사를 다시 보면 기록과 논단(論斷)이 얼마나 신빙성이 없는지 알 수 있다. 어떤 왕조의 시대가 길어지면 역사를 기록하는 이들이 그 왕조에 속하기 때문에 왕조의 인물을 치켜세우고,시대가 짧아지면 그 왕조에 속하지 않아 왕조의 인물을 폄하하기 때문이다. "
1927년 루쉰(魯迅)은 광저우에서 열린 학술강연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조가 누렸던 시대가 아주 짧기 때문에 후세 사람들이 그의 나쁜 점들을 많이 기록했다는 것.루쉰은 "조조는 많은 재능을 겸비한 인물로 최소한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며 역사적 인물 조조와 소설 · 희곡의 조조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조,CEO를 위한 용인술의 대왕》은 조조의 삶을 최대한 기록에 근거해 복원하면서 '동네 장난꾸러기'였던 그가 한 시대를 풍미하는 영웅이 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뿌리를 알 수 없는 출생 미스터리부터 정계 진출과 한나라 말기의 정치 · 군사적 투쟁,개혁과 지략,인재 등용 등의 다양한 면모를 드라마틱하게 담았다. 저자는 이를 통해 국가를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로서 조조를 주목한다.
사실 조조만큼 평가가 엇갈리는 역사 인물도 흔치 않다. 그는 다재다능한 장수이자 군주였고,정치가이자 시인이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전장을 누비면서도 부하들을 아꼈고,인재를 귀하게 여겼다. 그러나 왕에 등극해서는 한나라 왕실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고 잔인하고 교활한 면모도 보였다. 또 여색을 좋아해서 처첩들 중 성씨가 분명한 사람만 15명에 달했다. 조조에게 난세의 영웅이냐,치세의 간웅(奸雄)이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수많은 업적과 복잡한 인생 역정,독특한 성격으로 인해 조조에 대한 평가는 생전부터 엇갈렸고,시대와 평가자의 이해 정도 및 처지,지위,논점에 따라 달라졌다. 《삼국지》를 쓴 진수는 "조조는 비범한 인물이며 시대를 초월한 영웅"이라고 했지만 저자는 진수가 조조에게 유리하게 역사를 왜곡하고 악행은 덮어둔 채 공덕만 알렸다고 지적한다. 이에 비해 당 태종 은 공을 인정하면서도 "나라를 따르고자 하는 마음이 없고 무군(無君)의 행적이 있다"며 동한(東漢)의 몰락을 지켜보면서도 바로 세우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조조의 과오 때문에 공적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한다. 특히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적국 출신까지 포용했던 능력 우선의 인재 등용은 오늘날 CEO들이 본받아야 할 점으로 평가한다. 또 동탁의 죽음 이후 마땅히 갈 곳이 없던 한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헌제를 전격적으로 모셔옴으로써 전국의 주도권을 쥔 것은 그의 결단력과 실행력을 보여주는 빛나는 사례로 제시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