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의 경제학] 1억명 숨 죽이는 '슈퍼 타임'…1초에 1억 광고비 안 아깝다

● 글로벌 워치…슈퍼볼 7일 팡파르

시청률 45%…월드시리즈 3배
"광고 안 해" 펩시, 1년 만에 복귀
폭설에도 항공사 특별기 띄워…관람티켓 한장에 1000만원도

미국 최대 스포츠 축제인 슈퍼볼이 열리는 텍사스주 댈러스가 궂은 날씨로 비상이 걸렸다. 15㎝가량의 눈이 내리면서 지난 한 주간 댈러스 포트워스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1250편 이상의 비행기가 결항됐다. 댈러스 시민들은 7일 오전 4시30분(한국시간) 열리는 축제를 빛내줄 관객들이 제때 경기장(카우보이스 스타디움)에 오지 못할까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비행기가 뜨지 않으면 자동차를 이용해서라도 와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그린베이 패커스 간 접전을 직접 보겠다는 열혈팬들이 적지 않다.

아메리칸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슈퍼볼 팬들을 댈러스로 실어 나르기 위해 특별항공기를 띄웠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올해 슈퍼볼을 관람하기 위해 댈러스를 찾은 관객들이 총 2억200만달러를 쓸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져들기 전인 2007년 마이애미 슈퍼볼 당시 소비액 1억9500만달러를 웃돈다. 또 전미유통연합은 올해 슈퍼볼 관련 지출로 미국인들이 1인당 평균 59.33달러를 쓸 것으로 예측했다. ◆전 미국인의 눈과 귀 사로잡아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스폴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미식축구(43%)다. 2위 야구(17%)의 두 배 이상 인기가 높다. 이를 반영하듯 미식축구 양대리그인 아메리칸 콘퍼런스와 내셔널 콘퍼런스의 챔피언끼리 맞붙는 슈퍼볼이 열리면 미국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다.

시청률 조사기구 닐슨미디어가 추정한 미국 TV 보유 가구는 1억1490만호.가구당 TV 1대만을 가정한 수치다. 지난해 슈퍼볼을 지켜본 시청자는 1억명을 넘었다. 미국의 전 가구가 슈퍼볼을 시청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 시청률을 보면 슈퍼볼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역대 미국 프로야구 챔피언 결정전인 월드시리즈의 최고 시청률은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맞붙은 15.8%(2540만명 시청)다. 그러나 미식축구는 정규 시즌 '평균 시청률'이 15% 안팎이다. 슈퍼볼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 뉴올리언스 세인츠가 맞붙은 슈퍼볼 시청률은 45%,시청자 수는 1억650만명이었다. ◆기업들엔 참을 수 없는 유혹

올해 중계를 맡은 폭스TV는 지난해 10월 이미 광고물량을 모두 판매해버렸다. 슈퍼볼 사상 최단기록이다. 평균 광고단가는 280만달러이며 'A포지션'으로 불리는 가장 비싼 광고 단가는 300만달러였다. 광고 판매가 순조로웠던 것은 2년 전 슈퍼볼 광고를 중단했던 제너럴모터스(GM)가 복귀하고 벤츠가 슈퍼볼 광고에 처음 등장하는 것을 비롯해 현대차 기아차 BMW 등 9개의 자동차 회사가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맥주회사 앤호이저부시와 코카콜라,월트디즈니,그루폰 등도 슈퍼볼 광고에 참여한다.

23년간 슈퍼볼 광고를 해오다 지난해 소셜미디어에 집중하겠다며 슈퍼볼을 떠났던 펩시도 1년 만에 복귀했다. 기업들이 미식축구에 들이붓는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2009년 시즌 미식축구 경기 중계에 기업들이 쓴 광고비는 총 26억1600만달러(2조9300억원)였다. 앤호이저부시가 1억3410만달러로 가장 많은 금액을 집행했다. 2위는 GM을 포함한 미 정부로 1억2710만달러를 지출했다. 일본의 도요타는 1억780만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현대차가 정규 시즌에 2900만달러,플레이오프와 슈퍼볼에 1270만달러의 광고비를 집행해 총 4170만달러로 18위에 올랐다.

◆올해 텍사스 최다 관객 예상

올해 슈퍼볼은 사상 최다 관객을 끌어모을 전망이다. 입장객 수는 9만3000여명이지만 경기장 외부에 대형 스크린으로 관람하는 '파티 프라자'라는 3만석 규모의 공간을 만들어 티켓을 판매한 뒤 이를 관중 수에 포함하기로 했다. 역대 미식축구 최다 입장객은 대학 미식축구 '로즈볼'의 1983년 기록인 10만3985명이다. 슈퍼볼의 가치는 입장권 가격에서도 잘 나타난다. 티켓은 대부분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32개 팀과 스폰서들에게 배정된다.

슈퍼볼 입장료는 좌석에 따라 600달러(67만원)~1900달러(213만원)다. 프리미엄석은 9000달러이며 25명이 음식을 먹으면서 관람할 수 있는 럭셔리 스위트석은 20만달러를 내야 한다. 테일게이트 파티(tailgate party · 경기장 주변 주차장에서 음식과 술을 즐기면서 노는 것)를 하기 위한 주차 비용으로 1500달러가 부과된다. 경기장 밖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가격도 200달러나 된다.

그러나 티켓은 이미 매진돼 정상 가격에 구하기 어렵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야 한다. 지난달 중순께 재판매 인터넷 사이트에서 형성된 가격은 2194~29만4000달러로 최소 세 배 이상 프리미엄이 붙었다. 경기장 밖에서 선 채로 스크린을 보는 티켓도 344~700달러로 두세 배 올랐다. 여기에 재판매 사이트에 지불하는 수수료 15%와 세금 등을 내면 티켓 가격은 더 올라간다. 수백달러의 주차비는 별도다.

외식체인들에도 호재다. '버팔로 와일드윙스'는 슈퍼볼 결승전이 열리는 당일미 전역에서 닭날개 600만개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