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 다시 단 石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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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간 정신 회복 후 의식 잃어…해적 수사 최종결과 7일 발표'석해균 선장님,이곳은 대한민국입니다. '
긴 잠에서 깨어난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병실에 걸린 현수막이었다. 해적의 총성을 끝으로 의식을 잃은 그에게 한국에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병원 측이 걸어둔 것이다. 의료진이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어요"라고 묻자 그는 빙그레 웃었다. "왜 웃으세요"라는 물음에는 "좋아서…"라고 답했다.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58)은 설날인 지난 3일 오전 8시32분 가족과 의료진에게 '설 선물'을 안겨주듯 기적적으로 눈을 떴다. 하지만 18시간이 흐른 4일 오전 2시30분 급성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다시 의식을 잃었다. 의료진은 호흡 보조장치인 기관 튜브를 다시 삽입해 인공호흡을 재개했다. 유희석 아주대 병원장은 "여러 군데의 큰 상처와 골절로 통증이 심했고,잠시 호전됐던 폐부종이 악화되면서 경미한 폐렴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석 선장의 상태가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석 선장의 치료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당초 계획했던 뇌 컴퓨터단층(CT) 촬영과 정형외과 수술 일정 등을 연기하고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석 선장의 부인 최진희씨(59)는 "설날에 큰 선물을 받았다"면서도 "남편이 건강해지면 배는 절대 못 타게 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소말리아 해적 수사를 맡고 있는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당초 5일로 예정된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취소하고 7일 최종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오만 현지 조사팀의 증거물 분석을 거쳐 결과를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석 선장에게 직접 총을 쏜 것으로 지목된 모하메드 아라이(25)는 "총에는 손도 안 댔다"며 부인하다가 이날 "총기는 소지했다"고 진술을 바꿔 남은 수사기간 중 자백 여부가 주목된다.
수원=임현우/부산=김태현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