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경제, 더블딥과 인플레로 진퇴양난

[0730]영국 정부가 ‘경기회복’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최근 영국에서 ‘더블딥(경기 반짝 회복 후 다시 침체)’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물가가 치솟으면서 금리인상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물가 급등으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주장이 영국 중앙은행(BOE)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며 “오는 10일 열리는 BOE 통화정책위원회 미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BOE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경기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2009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22개월째 연 0.5%로 동결해 왔다.그러나 물가가 목표치보다 크게 치솟자 금리를 하루빨리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FT에 따르면 현재 9명인 BOE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가운데 앤드류 센탠스와 마틴 윌 위원 등 2명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자고 주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영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를 기록하는 등 BOE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머빈 킹 BOE 총재도 최근 “올해 물가 상승률이 4~5%에 육박할 수도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부터 17.5%에서 20%로 오른 부가가치세도 인플레를 부채질할 것이란 분석이다.상품과 서비스에 매기는 세금인 부가가치세가 인상되면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를 인상했다가 자칫 영국 경제가 또다시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5% 감소했다.영국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하다가 2009년 4분기에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지난해 2분기엔 1.2% 성장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3분기까지 꾸준히 회복세를 보였다.그러나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된후 다시 침체 기로에 서게 됐다.

이에 따라 영국 경제가 저성장과 고물가가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금리를 인상하면 경제가 더욱 침체되고,계속 동결하면 물가 압박이 가중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얘기다.

FT는 “BOE가 이번 주 미팅에서 경기회복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 이라며 “그러나 늦어도 올 상반기 안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