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투자 '통큰 개미' 늘었다] 그리스국립銀 ADR 거래 20%가 한국인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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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거래 계좌수 6만여개, 1년만에 8000여개 늘어
금융위기때 美 은행주 사들여 큰 수익 냈던 투자자들 이번엔 유럽 금융주 '눈독'
美 ITㆍ금융株도 관심 급증…홍콩 ETF중심 매수세 회복
"그리스국립은행(NBG)과 아일랜드은행 주식을 10억원어치 사주세요. "
그리스가 단기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12일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영업부에는 남유럽 은행주를 사달라는 주문전화가 잇따랐다. 주문은 대부분 3000만~4000만원대였지만 1억원 이상을 투자한 고객들도 적지 않았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주가가 폭락한 미국 금융주를 사들여 큰 수익을 냈던 국내 투자자들이 유럽 금융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증시보다 선진국 증시가 강세를 보여 미국 정보기술(IT)주와 홍콩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큰손들 유럽 은행주 '기웃'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큰손'들이 최근 관심을 보이는 종목은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의 대형 은행들이다. 민간 은행인 그리스국립은행과 아일랜드은행이 해외 주식 거래량 1,2위를 차지하고 있다.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 금융주의 폭락과 급반등을 경험한 '학습효과'로 인해 유럽 은행들도 재정위기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용훈 신한투자 해외주식부 유럽담당 과장은 "작년 11월 아일랜드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뒤 매수 기회를 저울질하던 고객들이 올초 국채 발행과 국가 신용부도스와프(CDS) 반등을 확인한 뒤 본격적으로 은행주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유럽 주식중개 서비스를 시작한 우리투자증권의 김효정 과장은 "연초 매수시점을 잘 잡은 투자자들이 벌써 10% 이상의 수익을 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신규 계좌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해외 주식거래 계좌 수는 올 1월 말 현재 6만4914개로 2009년 말보다 7974개 늘었다. 유럽 증시 상장종목은 통상 전화로 주문하거나 증권사 지점에 가야 살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국립은행은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ADR)를 바로 사고팔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유진관 신한투자 글로벌사업부 차장은 "그리스국립은행의 ADR 거래량이 하루 평균 600만주인데 국내 HTS를 통한 거래량이 100만주가 넘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투자자들이 전체 ADR 거래의 약 20%를 차지한 셈이다. 그리스국립은행 ADR 가격은 작년 말 1.68달러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 2.04달러로 한 달여 만에 21.42% 급등했다.
◆중국 주식은 저가매수 기회미국 주식거래도 증가 추세다. 육정근 리딩투자증권 국제영업부 차장은 "미 다우지수가 이집트 사태 등의 악재에도 올 들어 4% 이상 오르면서 미국 주식 거래빈도가 전월 대비 50%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AIG 씨티그룹 등 주요 금융주와 그래픽카드업체인 엔비디아(NVIDIA),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IT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설명이다.
중국 주식은 홍콩에 상장된 ETF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회복되고 있다. 김세환 키움증권 글로벌영업팀 주임은 "1월 거래량 상위 3개 종목이 모두 홍콩에 상장된 ETF"라며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의 반등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홍콩H지수는 연초 반짝 반등했다 중국의 긴축 우려가 불거지며 하락 반전해 작년 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작년 말보다 1.97% 하락했다 지금은 약보합 수준으로 회복했다.
육 차장은 "중국이 춘제(설) 전후로 추가 긴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중화권 증시가 약세였지만 춘제 이후엔 반등할 것으로 보고 투자대상을 찾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중국인민재산보험과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국영 석유업체인 시노펙 등이 관심종목으로 꼽힌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은 "1분기까진 선진국의 경기회복 모멘텀이 더 강하겠지만 2분기 중반께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면 신흥국 증시의 상승탄력이 회복될 것"이라며 "중국 주식을 1분기에 미리 사두는 전략도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