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가격전쟁' 고삐 더 죈다…일본ㆍ대만 D램社 '진퇴양난'

엘피다, 4분기 점유율 급락 '충격'
난야, 포기ㆍ中자본 유치 '갈림길'
작년 4분기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이 41%를 돌파했다. 사상 최고치다. 앞선 기술과 자본을 무기로 점유율 50%를 넘기겠다는 목표에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일본과 대만업체들은 4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한 해를 마감했다. 특히 최근 실적을 발표한 세계 3위 일본 엘피다는 3700억원대의 손실을 낸 것은 물론 점유율도 급락했다. 반면 삼성은 반도체 부문에서 1조 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에따라 올해 반도체 가격의 급격한 반등이 없을 경우 2009년 독일 키몬다 파산에 이은 제2의 D램 산업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재편의 핵심은 삼성전자의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가격 장악력은 계속된다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삼성전자 점유율은 41.7%였다. 3분기에 비해 1%포인트,2009년 말에 비하면 8.5%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이는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골든 프라이스' 전략의 성과라는 평가다. 높은 원가경쟁력을 기반으로 삼성은 이익을 보고 다른 회사는 손실을 보는 가격대까지 물량을 풀면서 가격 하락을 방조한 것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이 전략은 가장 앞선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작년 말 삼성이 40나노 이하 공정으로 생산된 반도체 비중이 전체의 60%가 넘는다. 다른 해외업체보다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앞서 있는 셈이다. 올해도 이런 전략은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IR에서 올 연말까지 30나노 생산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40나노에서 30나노로 넘어가면 생산성이 60%가량 향상된다. 그러나 감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증산되는 족족 시장에 풀겠다는 얘기다. 따라오지 못하는 경쟁업체들을 서서히 말라죽게 만드는 고사 전략을 지속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본+대만 연합군 효과는?

4분기 점유율이 16%에서 13%로 하락한 엘피다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만과의 연합전선을 구축키로 했다. 대만의 파워칩테크놀로지 D램 사업부를 인수하고 프로모스와도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생산원가를 낮추고 점유율은 높이겠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실제 효과는 미지수다. 3위업체와 7,8위권 업체가 합병했을 때 점유율은 고작 20%에 불과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또 D램 경쟁력의 핵심은 규모가 아니라 생산기술이기 때문에 합병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결국 이 합병에는 고사 위기에 놓인 대만업체들에 대한 대만정부의 지원을 얻고,합병법인을 대만자본시장에 상장시킴으로써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엘피다 측의 구상이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만업체들은 이런 엘피다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누적 적자로 올해 증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엘피다 진영에 아직 합류하지 않은 난야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난야는 이미 삼성에 두 세대 이상 뒤처져 이대로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반도체 사업을 포기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난야는 대만 최대의 반도체 회사다. 또 모회사는 대만 최대그룹인 포모사다. 대만 대표기업 입장에서 반도체를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난야가 제휴관계에 있는 마이크론이나 포모사에 의존하거나 중국 자본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