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위기? 작은 학교 강점 최대한 살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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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117년 서울 교동초 오장길 교장서울 경운동에 있는 교동초등학교는 두 가지로 유명하다. 1894년 관립교동소학교로 개교한 117년 전통의 국내 최초 근대식 초등학교라는 점과 매년 학생 수가 줄어 폐교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교동초는 도심 공동화로 인해 매년 신입생 수가 급감,올해는 한 자릿수인 7명만 입학한다. 현재 전체 학생 수는 107명.이달 말 졸업생(21명)을 배출하면 총 학생 수가 93명으로 서울시내 가장 작은 초등학교가 된다.
학생수 적어 교육질 되레 높아
인사동 연계 수익사업 발굴 중
오장길 교장(52 · 사진)은 이런 교동초를 되살리기 위해 지난해 3월 자의로 부임했다. 다른 학교 교장으로 갈 수 있었으나 초빙교장에 응모해 뽑혔다. 폐교 대상으로 거론돼 다른 교사들이 꺼리던 전통의 교동초를 자기발로 걸어들어 온 것."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최초의 초등학교가 이대로 사라져선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폐교 위기까지 몰렸지만 작은 학교가 더 매력적이라는 점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오 교장의 '스몰스쿨 경영론'이다. 학년당 한 학급밖에 없는 작은 학교가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게 스몰스쿨론이다. 오 교장은 "학교가 작을수록 경쟁력이 있는 시대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10명 안팎에 불과해 서울시내 이런 가족적인 분위기의 학교는 없다는 게 그가 생각하는 학교의 장점이다.
오 교장은 부임 후 교동초를 매력적인 학교로 만들기 위해 먼저 학생들의 체육 활동을 강화했다. '7560'(1주일에 5일 이상 하루에 60분 이상) 운동 프로그램을 도입,매일 아침 30분가량 전체 학생들과 함께 운동장을 돈다. 학생 수가 적기에 가능한 활동이다.
수업의 질 향상에도 힘을 쏟았다. 도심 한가운데에 있어 학원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방과후 프로그램을 대폭 개선,한 학생이 2~3개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게 했다. 원어민 영어수업도 무료로 제공한다. 덕분에 지난해엔 교육청 주관 '학교교육력 제고 우수연구팀' 및 '교육방법 혁신 최우수연구팀'에 각각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땐 강원도 횡성의 한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학생들이 '송어 잡기' 체험 활동도 벌였다. 오 교장은 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옛 도자기 등 각종 문화 유산을 활용,교육박물관을 만들고 이를 인근 인사동과 연계한 관광 상품으로 만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 통한 수익을 바탕으로 스쿨버스도 마련할 계획이다. 오 교장은 또 비어 있는 학교 지하공간을 활용해 체험 학습장으로 만들고 주차난을 겪고 있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유료 주차장으로 운영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교장을 넘어 경영자가 돼야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오 교장은 "학생 모집이 어려운 학교에 대해선 학구제를 풀어주는 방안도 교육 당국이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장은 임기가 3년 남았지만 목표를 이룰 때까지 유임을 신청할 생각이다. 그는 "교동초는 학생과 선생님들의 천국"이라며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져줄 것을 희망했다. 오 교장의 경영론이 교동초를 살릴 수 있을지 교육계가 주목하고 있다.
글=김일규/사진=강은구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