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갤럭시S가 코카콜라와 경쟁하는 시대, 달라진 법칙 습득해야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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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가즈나리 와세다大 교수가 말하는 이업종간 경쟁전략경쟁도 '융합'의 시대다. 요즘은 통신회사와 은행이,자동차회사와 전자회사가 시장을 다툰다. 콜라 소비가 줄어든 이유가 스마트폰의 등장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갤럭시S와 코카콜라도 경쟁하고 있다는 얘기다.
강력한 경쟁력 있다고 해도 새 경쟁자는 언제든 나올수 있어 대비 안하면 손 쓸수 없는 상황
브라운관TV 고집한 日 소니 새 환경에 적응 못하고 밀려
우치다 가즈나리(內田和成) 와세다대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異)업종 간 경쟁에서는 업종 내 경쟁과는 확연히 다른 경쟁법칙이 시장을 지배한다"며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전략 방법론도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경영전략 컨설턴트다. 우치다 교수는 "다른 업종의 기업이 경쟁자로 등장한 이후에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기업들은 업계의 가치사슬을 분석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둬야 한다"고 충고했다. ▼기존에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기업은 이업종 간 경쟁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강력한 핵심경쟁력이 있다면 그것을 되도록 오래 간직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 강점이 언제까지나 약점으로 바뀌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강점을 가진 기업일수록 그 강점이 약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누가 침입자(새로운 경쟁자)가 될지,언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런 잠재적 위협이 현실이 됐을 때 많은 경우는 대항하려고 해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CD판매점이 음악의 컴퓨터 다운로드가 실제로 위협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때가 늦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많은 기업은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는 나머지 준비하는 것조차 꺼리는 경우가 많다. "
▼새로 도전하는 기업에 필요한 경영전략은 무엇인가. "기존 기업의 약점을 찾아내 집중 공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 기업을 공격하는 경우를 보자.오프라인 기업과 같은 고객서비스를 하려고 하면 방대한 자원이 필요할 뿐 아니라 실제 효과도 떨어진다. 그것보다는 온라인 기업이 자신 있는 다양한 상품 제공이나 검색 기능,고객의 상품평 등으로 승부해야 한다. "
▼이업종 경쟁환경에서 '가치연쇄'보다 '사업연쇄'라는 개념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가치연쇄(value chain)는 기업 안의 활동을 기능으로 나눠 분석함으로써 경쟁업체에 대한 자사의 장 · 단점을 파악하는 데 유효한 방법이다. 그러나 변화는 업계를 초월한 훨씬 큰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회사 내의 닫힌 활동만 보면 큰 흐름을 읽지 못한다. 그래서 업종 내 가치연쇄를 파악할 수 있는 사업연쇄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게임기업계가 플레이스테이션,위(Wii),엑스박스(XBox)로 나뉘어 싸우고 있는 사이에 고객들은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긴다. 닌텐도가 과거의 가치연쇄에서 최선을 다해 신형 게임기를 개발하더라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스마트폰,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이 기존 업계와는 전혀 다른 사업환경에서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 "▼일본 기업들은 이업종 경쟁시대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하는가.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가 있다면.
"대부분의 일본 기업이 이업종과의 경쟁에 노출돼 있지만 아직 결과를 말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이대로는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걱정하고 있다. 성공사례로는 후지필름을 꼽을 수 있다. 사진기 필름제조업체들은 카메라가 디지털로 바뀌면서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후지필름은 비교적 일찍 비(非)필름 사업부문을 확대해 지금은 의료용 기기나 전자재료 등에서 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반면 실패 사례로는 소니를 들 수 있다. 소니는 브라운관(CRT) 방식에서 세계 최대의 TV 제조업체였지만 액정(LCD)이나 플라즈마(PDP)와 같은 새로운 TV시대에 잘 대처하지 못했다. 또 워크맨과 CD플레이어,MD플레이어 등 음악기기 시장에서도 한때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이런 미디어 방식을 지나치게 고집해,음악을 다운로드해 사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휴대음악 플레이어 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팟에 추월을 허용했다. "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로 선견지명,용기,현장력 등 세 가지를 지적했다. 이런 자질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경영자를 꼽는다면 누구인가. "일본 경영인 중에서는 스즈키 오사무 스즈키자동차 최고경영자(CEO)를 들 수 있다. 스즈키는 일본에서는 하위의 자동차업체이지만 인도에서는 50%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가진 리더 기업이다. 스즈키 CEO는 미국과 유럽에서 도요타 혼다 등과 경쟁해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대신 리스크가 있더라도 장래성이 있는 시장에서 승부를 내는 것이 좋다고 보고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그의 선견성이나 용기는 칭찬할 만하다. 한국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선견지명과 결단력이 뛰어난 경영자라고 생각한다. 이미 15년 전에 싸고 품질이 나쁜 제품을 만드는 데 안주한다면 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고품질의 제품 생산에 주력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등 리스크가 높은 분야에서 과감하게 설비투자를 한 용기도 높이 평가한다. "
▼일본 대기업의 경쟁력이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는 지적이 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일본 기업이 약해진 데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 첫째는 거대 내수시장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적합한 체제를 구축하고 안주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일본의 유통구조는 여러 도매점을 경유하는 복잡한 단계로 구성돼 있다. 생산체제는 숙련된 노동자가 의욕적으로 일해 질 높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세계시장은 이런 상황과는 완전히 다르다. 또 다른 이유는 나라 전체적으로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라가 풍족한데 따른 폐해다. 이런 점을 극복하고 일본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전략보다 인재의 글로벌화라고 본다. 이를 위해 일본인이 해외에 더 나가는 것도 필요하지만,외국인을 보다 잘 활용하는 방법도 요구된다. "
▼경영전략 측면에서 한국 기업에 조언을 해준다면.
"앞에서 얘기했듯이 일본 기업은 국내에 충분한 시장이 있었기 때문에 자동차 전자 정밀기계 등 일부 수출형 기업을 제외하고는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었다. 지금은 국내에서 성장은커녕 현상 유지도 어렵다는 점을 깨닫고 글로벌화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 늦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에서도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이미 해외를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는 기업도 있지만 아직도 내수시장에 안주하는 기업이 많다. 앞으로는 국내 시장만으로 성장은 어렵다. 빨리 해외로 나가 예행 연습을 하면서 국내와는 다른 경쟁방식을 몸으로 익힐 필요가 있다. "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
■ 우치다 가즈나리 교수는
일본의 대표적인 경영전략 컨설턴트로 현재 와세다대에서 경쟁전략과 리더십을 강의하고 있다.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하고 게이오기주쿠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입사,2000년부터 5년간 BCG일본 대표를 지냈다. 자동차 · 정보기술(IT)업계의 마케팅 전략,신규사업 전략,글로벌 전략 등의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했다. 2006년에 미국 컨설팅 매거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유력한 컨설턴트 톱 25인'에 선정됐다. 저서로는 '디컨스트럭션 경영혁명''e이코노미 기업전략''고객 로열티 시대''가설사고''이업종 경쟁전략' 등이 있다. '이업종 경쟁전략'이 '갤럭시S의 경쟁자는 코카콜라다'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말 국내에서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