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의 IT 이야기] 페이스북과 소셜게임은 '악어와 악어새'…두 번 중 한 번은 게임 하려고 접속


광파리가 허접한 '타운'을 하나 건설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도 짓고,커피숍 화장품가게 목욕탕도 짓고,시청 병원 소방서 등 관공서도 지었습니다. 외곽에는 농장을 조성해 딸기 호박 수박 옥수수 등을 재배합니다. 이 조그만 타운에 제 친구들이 찾아와 수확을 도와주기도 하고 세금 걷는 일을 대신해 주기도 합니다. 저도 친구들 타운에 가서 일을 돕곤 하지요.

무슨 얘기냐고요? 도시 건설 게임 '시티빌' 얘기입니다. 징가라는 미국 회사가 만든 게임인데,이걸 즐기는 사람이 1억명이나 됩니다. 혼자 즐기는 게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인 페이스북에서 친구들과 함께 즐깁니다. 그래서 '소셜게임'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소셜게임 중에서는 사용자가 가장 많습니다. 페이스북과 소셜게임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합니다. 시티빌을 즐기려면 '게임 친구'가 적어도 10명은 있어야 합니다. 친구가 적으면 도시 건설 공사가 도무지 진척되지 않습니다. 시청 은행 소방서 등에서 일할 사람들을 현금을 주고 채용하든지 세월이 한참 걸리더라도 참아야 합니다.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친해집니다. 친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읽게 되고 사진에 댓글도 달게 됩니다.

페이스북과 소셜게임의 관계는 참 묘합니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왜 소셜게임을 할까? 가상도시에서 현금을 주고 에너지를 사거나 직원을 채용하는 사람이 몇 %나 될까? 페이스북 분석 전문기업인 올페이스북닷컴이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인포그래픽을 내놓았습니다. '10가지 재미있는 페이스북 게임 통계'라는 그래픽입니다. 음미할 만한 내용이 많아 소개합니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6억명이 넘습니다. 싸이월드 가입자가 2500만명이니까 24배나 되죠.그래픽을 보면 페이스북 사용자의 53%가 게임을 즐긴다고 합니다. 페이스북에 접속해 친구가 올린 글이나 사진만 보는 게 아니라 게임도 즐긴다는 얘기인데,이것이 우리나라 싸이월드와 다른 점이기도 하죠.게임 이용자는 69%가 여성이고,중독됐다고 시인하는 사람이 19%나 됩니다. 페이스북에서 게임을 하다가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이 몇 %나 될까요? 20%입니다. 저는 에너지가 부족해도 꾹 참고,소방서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해도 꾸준히 사이버머니를 모을 뿐 현금을 사용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현금 사용하는 사람이 10%도 안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20%나 된다니 놀랍습니다. 하기야 이런 사람들 덕분에 페이스북과 게임업체들이 먹고 살겠죠.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사용자의 절반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페이스북에 접속한다고 합니다. 친구들이 올린 글이나 사진을 보고 싶어서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닙니다. 게임 하려고 접속하는 경우가 50%나 된다고 합니다. 두 번에 한 번은 순전히 게임을 하려고 접속한다는 얘깁니다. 페이스북 게이머가 게임에 소비하는 시간은 한 달에 1인당 210분이나 됩니다.

페이스북 얘기를 하면 "우리가 10년 전에 다 해 봤던 거 아냐?"고 반문하는 분도 있습니다. 싸이월드나 아이러브스쿨과 다를 게 없다는 겁니다. 페이스북이 싸이월드를 벤치마킹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플랫폼을 개방하고 소셜게임을 킬러 앱(응용 프로그램)으로 키웠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개방하지 않았고 소셜게임이 없었다면 페이스북은 지금처럼 크지 못했을 겁니다. 페이스북이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자 싸이월드는 물론 네이버와 다음도 소셜게임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네이트 앱스토어'에서는 다운로드 100만을 돌파한 게임도 등장했죠.저는 고객의 심리를 얼마나 정확히 간파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27)는 자신이 컴퓨터 과학과 심리학을 복수전공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곤 합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