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고생도 대학처럼 교실 바꿔 수업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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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조2200억 투입…2014년까지 전면 실시수학교과교실 3개와 과학실험실 4개,과학리소스룸(동아리활동반) 등을 갖춘 서울 신도림고교.수준별 이동수업과 창의적인 과학실습으로 지난해 '교과교실제 최우수학교' 중 한 곳으로 뽑혔다. 2009년 3월 문을 연 신생 학교지만 효율적인 교과교실제 운영에 힘입어 지난해 서울 지역 고교선택제에서 196개 일반계고 중 최고 경쟁률(17.7 대 1)을 기록,'가고싶은 학교'로 떠올랐다.
영어전용교실 수학특성화교실 과학실험실 등 교과별 전용교실로 학생들이 옮겨다니며 수업받는 교과교실제가 2014년까지 전국 중 · 고교에 전면 도입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창의적 수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교과교실제 전면 확대 기본계획'을 마련해 9일 발표했다. 이 제도는 2009년 시범 도입돼 현재 전체 5383개 중 · 고교의 15%인 806개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내년까지 일반계 고교에 교과교실제가 우선적으로 도입된다. 2014년까지 농어촌 등지의 6학급 이하 소규모 학교를 뺀 모든 중 · 고교로 확대된다. 교과부는 올해부터 2014년까지 1조2200억원의 예산을 교과교실 구축 사업에 지원할 계획이다.
모든 교과를 대상으로 한꺼번에 시행하면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에 '선진형'과 '과목중점형'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선진형은 국어 · 영어 · 수학 · 사회 · 과학 등 대부분 교과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과목중점형은 학교 선택에 따라 최소 2개 이상의 교과에만 적용하는 유형이다. 장기적으로는 모두 선진형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신설 학교는 처음부터 선진형을 도입해야 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중 · 고교의 82%가량이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고 있고 전국 856개교에 3340개의 유휴교실이 있기 때문에 교과교실제를 전면 확대할 여건이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교과교실제 확대에 맞춰 올 상반기 국어 · 영어 · 수학 등 7개 교과의 과목별 수업 모델을 개발해 각 학교에 나눠줄 예정이다. 제도가 정착되려면 교사 증원이 필요한 만큼 기간제 교사 채용을 늘리고 실적 우수자는 정규 채용 때 우대하기로 했다. 법령을 고쳐 학교급별 교원 배치 기준을 '학급 수'에서 '학생 수'로 바꿀 계획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 교과교실제
교사가 학급을 찾아다니며 수업하는 현행 학급교실제와 달리 학생들이 교과별로 특성화된 전용교실로 이동해 수업받는 방식.미국과 일본,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학생은 개인별 라커에 짐을 놓아두고 시간표에 따라 옮겨다니며 수업에 참여한다. 교과 특성에 맞는 수업 기자재가 갖춰지고 전담 교사가 상주하기 때문에 교육 효과가 높은 게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