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가 '경고등'] 中 산둥 200년만의 최악 가뭄…유엔, 밀 가격 폭등 경고

밀 경작지 37% 피해
중국의 밀 집산지인 산둥지역 등에 200년 만에 가뭄이 발생,국제 밀값이 폭등세를 보이며 중국발 애그플레이션(agflation · 농산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8일 중국의 밀 수확량 감소와 수입 확대로 국제 밀가격이 오름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3월 인도 밀 선물가격은 부셸당 8.7425달러로 전날보다 1.8% 오르며 2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FAO가 발표한 1월 식품가격지수는 밀값 폭등으로 231포인트를 기록,1990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밀 수확량 감소와 이에 따른 수입 확대 전망으로 밀값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산둥 · 안후이 등 8개 성에서 중국 밀 공급량의 80%를 생산하지만,겨울 밀 경작지 140만㏊ 중 37%인 52만㏊가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산둥성의 경우 지난해 9월 이후 강수량이 12㎜로 비나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다. 류웨이(劉偉) 산둥성 당위원회 부서기는 "성 당위원회와 정부는 가뭄 지원 대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 책임을 관리들에게 물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가뭄 극복 지원을 독려하고 나섰다.

허베이 등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로 인해 최근 2개월 동안 밀가루 소매가격이 8% 상승했다. 밀 경작은 물론 2억5700만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식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 예비식량관리 총공사가 전국에서 수매한 밀의 양은 대략 2300만t으로 1년 전 4000만t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1만여개 밀가루 가공 기업은 국고 보조가 없는 상황에서 그동안 장기적으로 손해를 봤기 때문에 수급이 안정되더라도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수입밀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지만 주요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도 극심한 가뭄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FAO는 "기상 이변으로 식량위기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10일 이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비나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강수량이 어느 정도일지 불분명해 밀값은 당분간 계속 오를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