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신발 밑창 원료 EVA와 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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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케미칼 비전상' 신창훈 차장"하얀 쌀알갱이처럼 보일지 몰라도 제겐 다이아몬드보다 더 귀하죠."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의 신창훈 차장(43 · 사진)은 사내에서 'EVA(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의 달인'으로 불린다. 입사 직후인 1993년 1월 폴리에틸렌(PE) 생산팀으로 발령받은 뒤 기술관리팀에 있었던 2년을 뺀 16년을 EVA와 함께 했다. EVA는 에틸렌과 비닐아세테이트가 결합된 물질로 탄성이 좋고 투명해 신발 밑창,장난감 소재 등으로 쓰인다.
신 차장은 경북대 고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화케미칼에 들어와 기존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공정을 개선해 전선 및 핫멜트 접착제용 제품 및 태양전지 시트에 쓰이는 EVA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2009년 700t에 그쳤던 태양전지 시트용 EVA의 생산 규모를 지난해 7000t까지 늘리는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사내 최고상인 '한화케미칼 비전상'을 수상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4월부터 세계 1위 EVA시트 업체인 일본 브리지스톤과 계열사인 한화L&C에 EVA를 공급하고 있다. 신 차장은 "과거에 신발 밑창이나 전선용 등을 납품할 땐 클레임이 1년에 두세 건에 불과했지만 브리지스톤과는 첫 납품 후 5개월 동안 10건 가까이 발생했다"며 "연락을 받은 뒤 일본으로 날아가 마라톤 회의를 한 뒤 다음 날 아침 돌아오는 일정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브리지스톤에선 무엇이 문제인지 얘기하지 않았다"며 "갖은 궁리 끝에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그는 "EVA는 비닐아세테이트가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1세대에서 4세대까지로 나뉜다"며 "한화케미칼과 같이 40% 이상 포함된 고함량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듀폰과 일본의 토소 등 6곳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시장이 커지면서 신 차장은 요즘 더 바빠졌다. 그는 "EVA는 비닐아세테이트의 함량이 높아질수록 투명해지고 접착력이 좋아진다"며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함량이 더 높은 EVA가 필요하고 그에 따라 한화케미칼의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시프켐과 합작법인 IPC를 설립하고,2014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 20만t 규모의 EVA 공장을 짓고 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