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 기업 조이는 정부] "판매수수료는 원가, 공개 요구 말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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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공정위에 반발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의 입점업체 판매 수수료를 공개한다.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한 음식점에서 백화점 대형마트 등 9개 대형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와 동반성장을 주제로 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밝혔다. 김 위원장은 "중소 납품 · 입점업체들이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가 높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며 "업태별,상품군별 판매수수료 수준을 올 2분기에 공개해 수수료 경쟁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CEO들은 이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A백화점 대표는 "판매수수료는 제조업체로 치면 원가와 같은 개념"이라며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판매수수료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수료율을 공개한다고 해서 공정위가 기대하는 업체 간 수수료 인하 경쟁이 일어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B대형마트 대표는 "대형마트는 제조업체로부터 물품을 직접 구매한 뒤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구조인 만큼 부동산을 임대할 때 쓰는 수수료란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또 "올 상반기에 '대규모 소매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해 생산적인 유통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업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 법에는 반품 등 불공정 행위가 포착될 경우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을 유통업체가 지는 내용 등이 포함된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철우 롯데백화점 대표,하병호 현대백화점 대표,박건현 신세계백화점 대표,황용기 한화갤러리아 대표,서광준 AK플라자 대표,최병렬 이마트 대표,이승한 홈플러스 회장,노병용 롯데마트 대표,이강을 농협중앙회 유통총괄상무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정부와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며 이런 모임을 정례화하자고 건의했고,공정위도 이를 받아들여 연 2회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서기열/오상헌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