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저축銀 5~6개 추가 퇴출 시키나

10조 재원 확보 의미

"예보 공동계정 도입땐 충분한 '실탄' 확보 가능"
與 "근본적 대책 내놔야"…임시국회 통과 불투명
예금보험기금에 공동계정을 만들어 충분한 재원을 확보한 뒤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나서려는 금융당국의 계획이 시험대에 올랐다.

9일 국회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당정회의를 가졌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저축은행의 정확한 부실 현황과 추가부실 규모 추정에 근거한 근본적인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며 '조건부 검토'로 입장을 정리했다. 야당 일각에선 차라리 구조조정기금(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금융당국이 이사철 의원을 통해 발의한 예금보험자보호법 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 "10조원 확보 가능"

금융당국은 향후 퇴출되는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재원과 예금인출 사태에 대비한 재원을 투 트랙으로 확보한다는 큰 그림을 그려놓았다. 이날 김 위원장이 구조조정 재원으로 10조원을 확보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처음으로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10조원은 예보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한 것이다. 임시국회에 상정될 예보법 개정안은 현재 6개 금융권역별로 적립하는 예보기금 내에 별도의 공동계정을 만든 뒤 은행 손해보험 생명보험 금융투자 종합금융 등 5개 권역은 매년 들어오는 예보료의 절반을,저축은행은 전액을 적립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현재 금융회사가 매년 예보에 적립하는 예보료는 연간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작년 말 기준으로 6개 금융권역이 적립한 예보기금 잔액은 약 5조6000억원이다. △은행 3조원 △생명보험 1조9000억원 △손해보험 4200억원 △금융투자 1900억원 △저축은행 570억원 △종합금융 160억원 등이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10조원은 예보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가운데 약 7900억원이 매년 공동계정에 들어오게 되고,이를 토대로 연 5% 금리로 차입하면 최대 10조원까지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 관계자는 "7900억원 중 5000억원을 이자로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원금을 상환하는 데 쓴다고 단순 계산하면 10조원의 차입이 가능하다"며 "실제로 이 돈을 모두 투입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추가퇴출 염두에 둔 듯

금융권에서는 10조원이면 향후 중대형 저축은행들이 5~6개 정도 시장에서 퇴출되더라도 시스템리스크로 확산되는 것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5~6개 저축은행 퇴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예보기금은 주로 퇴출 부실은행의 순자산 부족분을 메워주는 데 사용될 것"이라며 "과거 사례를 보면 퇴출 저축은행 1곳에 많게는 8000억원 정도가 투입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공동계정을 개설해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는 한편 저축은행 추가 영업정지에 따른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에 대비하기 위해 정책금융공사와 은행권이 저축은행중앙회에 신용공여한도(크레디트라인)를 개설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아직 지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1조5000억~2조원 선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조건부 검토'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설득 노력에도 현재로선 예보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공동계정 설치안에 대한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서다.

여당 의원들은 저축은행들의 부실 해결을 위해 공적자금을 동원하지 않고 금융권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금융위가 저축은행의 추가 부실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조건부 검토' 의견이 우세하다.

고승덕,이진복 의원 등 정무위 내 법안심사소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공동계정만으로 이 문제(저축은행 부실)가 해결될 수 있느냐.제대로 된 근본대책이 없는 미봉책"이라며 김 위원장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문환 의원은 "금융위에선 저축은행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만 할 뿐 △저축은행들의 부실규모 △부실 위험이 있는 은행들에 대한 예상리스트 등을 전혀 보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은행 보험 저축은행의 위험도가 달라 예금보험기금에 칸막이를 뒀는데 이를 없애 전용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라며 법안 반대입장을 분명히했다. 박선숙 의원은 "법안 개정 이후 예보기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은 꼼수일 뿐 아니라 저축은행 부실 폭탄을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미 마련된 구조조정 기금을 쓴 후 부족하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시훈/박신영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