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知行 33訓 Ⅱ'] "이공계 여성 우수인력 장학금 줘서라도 데려와라"

李회장의 인재 사랑
삼성그룹 임원이 되면 서울 한남동의 한 치과에서 치아 치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다름 아닌 이건희 회장이다. 임원들이 신체적 경제적으로 가장 고통받는 것이 치아 질환이라고 보고 이를 해결해 준 것이다.

'지행 33훈Ⅱ'에는 이 같은 이 회장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경영지침으로 만들어져 있다. 예를 들면 복리후생 항목에는 "사내 결혼식장 활용을 확대하고 복지시설이 잘된 업체를 벤치마킹하라"는 것이다. 이 회장의 "자잘한 복지제도가 때로는 회사에 정 붙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는 발언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직원식당에 대해서는 "식당 설계 시에는 배기와 환기를 다른 곳보다 3~5배 강하게 해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시설은 앞을 내다보고 넉넉하고 크게 건설하라는 지침도 담겨 있다. 여성 인력과 관련해서는 "이공계 우수 여학생은 장학금을 주고 졸업하면 곧장 채용하라,어린이집 육아휴직 재택근무 등의 근무 여건도 조성하라"는 지침이 마련됐다. 이는 이 회장의 "기술 제조 영업 전반에 걸쳐 여성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 욕심 같아서는 남성과 여성 비율을 6 대 4로 가져가고 싶다"는 발언에 기초한 것이다. 또 "사내 어린이집을 확대하면 이미지도 좋아지고 임직원 사기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동일 직급에서 임금 차이가 크게 나도록 하라는 것도 이 회장의 발언이다. 그는 "동기끼리 급여가 3배 차이가 나오고 후배가 5배 많이 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눈에서 불이 번쩍나는 분위기가 유지되고 살아있는 브랜드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직원 교육과 관련,이 회장은 "임직원 교육 시 질문에 대해서는 결론부터 말하는 법에 대해 샘플을 만들어 교육하라"는 구체적 지시 사항도 담았다. 효율적 대화 방법을 몸에 익히라는 것이다. 또 삼성은 "인재 육성을 위해 사관학교식 사장,부사장 양성 코스를 운영하고 과장,대리 교육은 각사가 하더라도 내용은 그룹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삼성은 CEO의 덕목 중 자신의 후계자를 키워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는 "삼성에서 일하는 동안 후계자 제대로 안 키우고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성공하는 사람 못 봤다. 후계자를 제대로 키워놔야 자신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이 회장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전자산업의 기본이 되는 부품 구매와 관련,"제품을 좋게 만들려면 제일 좋은 부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같은 회사라도 1.5류,2류 부품을 절대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기반으로 삼성은 "부품업은 모든 전자산업의 기본이며 핵심 부품 국산화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라"는 지침을 마련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