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TV 1위 향한 '독한 승부수'…LG 해외공장 3곳 세운다

브라질ㆍ폴란드ㆍ멕시코에 상반기 중 LCD모듈 공장

물류비용 낮춰 가격 경쟁력
올 4000만대 판매 삼성 추격
LG전자가 TV사업 확대를 위해 삼성전자와 정면승부를 선언했다. 구본준 부회장의 '독한 경영'이 모바일에 이어 TV부문으로도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9일 "올해 브라질을 시작으로 멕시코 폴란드 등 세계 주요 LCD(액정표시장치) TV 생산기지에 LCD모듈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해부터 일부 TV 공장에 TV 조립을 위한 기본 공정인 LCD모듈 생산라인을 덧붙인 데 대한 맞불전략인 셈이다.◆TV사업,올해 목표 4000만대

구 부회장은 올해 TV 판매 목표를 4000만대로 잡았다. LG전자가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판매한 TV가 2750만대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공격적인 목표치다.

지난해 10월 LG전자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구 부회장이 가장 먼저 챙긴 것은 생산현장이었다. 중국 톈진공장과 멕시코 공장을 둘러본 그는 임직원들에게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만들 것을 주문했다. LG전자가 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업체가 담당하던 LCD모듈 공정을 가져오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TV 생산지 옆에서 모듈까지 만들면 물류비를 줄일 수 있어 그만큼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LED(발광다이오드) TV,스마트 TV 등 고가의 신제품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일반 LCD TV 시장에선 가격이 여전히 핵심 경쟁 요인이라고 파악한 것이다.LCD 모듈 공장 설립의 첫 대상은 세제 혜택이 큰 브라질 마나우스 TV 공장으로 잡았다. 마나우스 지역은 TV 자재를 들여오면 18%의 관세를 매기지만 현지에서 모듈을 만들어 TV를 팔면 관세가 88%까지 면제된다. 완성된 TV를 수입해 브라질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가격면에서 45%나 유리하다. LG전자는 연간 300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모듈 공장을 이곳에 세우고 하반기부터 3교대 생산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생산체제 변화로 올해 마나우스 공장 매출이 지난해보다 25% 높아진 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보다 빠르게…1위 도전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판매량 기준으로 LG전자의 세계 LCD TV 시장 점유율은 12.3%다. 삼성전자(18%)에 이어 2위이지만 격차가 크다. 일본 소니(10.7%)보다 앞서 있긴 하지만 매출액 기준으로 따지면 12.6%의 점유율로 소니(13.2%)에 뒤진다. LG전자는 올해 안에 삼성전자와의 점유율차를 2~3%포인트대로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유럽시장을 위한 전진기지인 폴란드 브로츠와프 TV 공장과 북미지역을 담당하는 멕시코 레이노사 공장에도 모듈공장을 짓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경쟁사와 가격경쟁을 해야 하는 거점지역에 대해선 모듈사업 속도를 높여 글로벌 TV 시장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와의 공조도 강화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현지 정부의 공장 설립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LG전자 브라질 법인에 자사 직원들을 파견한 데 이어 폴란드와 멕시코에 지을 모듈공장에도 인력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