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 기업 조이는 정부] "툭하면 통신비 탓…충분히 낮췄다"

"기름값 오해…OECD 평균보다 저렴"
통신·정유업계 '부글부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기름값과 통신비 인하 필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나서자 관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통구조 개선 등 구조조정이 있으면 가격 인하 요인이 충분하다"는 윤 장관 지적에 대해 시장 현실을 모르는 말이라는 볼멘 소리도 나왔지만 정부의 전방위 압박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답을 내놔야 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도 확산되고 있다.

통신비 20% 인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 때문에 지난 3년 동안 끊임없이 압박을 받아온 통신업계는 "만만한 게 우리냐" 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윤 장관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시장지배적 통신사업자에 대한 가격 인하 방식을 재검토하는 등 가격경쟁 촉진 방안을 연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통신사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방통위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에 따라 해마다 수백억원 이상의 이익 감소를 감수해왔는데 또다시 물가안정을 이유로 요금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입을 모았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은 지난해 초당과금제를 도입했고 발신자표시정보(CID) 서비스를 무료로 전환하는 등의 조치로 음성통화요금을 지난 3년 동안 20%가량 낮췄다고 설명했다. 방통위 요구에 따라 1분기 중에 스마트폰 요금제에서 음성통화량을 20분 늘리는 방식으로 요금을 낮출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가계통신비 부담은 오히려 늘고 있어 통신비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가계통신비 지출액은 가구당 14만46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7200원 증가했다. 방통위는 스마트폰 확산으로 데이터 통화량이 큰 폭으로 늘면서 통신비 부담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위적인 요금인하 압박보다는 정부가 통신재판매(MVNO) 제도 시행 등으로 시장경쟁을 촉발시켜 요금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유업계는 국내 휘발유 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비싸다고 지적한 데 대해 "비교 대상을 국내에서 많이 쓰는 보통 휘발유가 아닌 고급 휘발유를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국내가격이 싸다고 반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국가 등 OECD 국가 대부분이 원유 산지와 가까운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은 세전 휘발유 가격이 13% 가량 더 비싸다"고 설명했다.

박영태/조재희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