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도 전력도 바닥" 지금 北에선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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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마저 식량난에 허덕북한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식량 배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군인들까지 굶어죽고 있으며,전력공급이 차질을 빚어 평양에서도 얼어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우리 정부의 인도적 지원이 2년여간 중단돼 경제 사정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북한은 지난달 미국에 대규모 식량지원을 요구한 상황이다. 북측이 군사회담을 비롯해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굶주린 군인들 명령까지 거부
전력공급도 차질…凍死 속출
北, 美에 식량 요구…상황 급박
◆중국 사료용 쌀 식용으로 위장 수입북한 내 최후의 보루인 군부대마저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연대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황해도 장령군의 131지도국 47여단(우라늄 광석을 캐는 부대)에서 굶주린 군인들이 집단으로 작업명령을 거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무장지대(DMZ) 인근 부대에서는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7명이 굶어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일부 군인들은 밤에 민가로 내려와 식량을 훔쳐간다"며 "식량난에 허덕이는 주민들도 작년 10월부터 군납(곡물 · 돼지고기 등)을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최근 사료용으로 쓰이는 중국산 저질 쌀을 식용으로 위장 수입하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9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지난 1월 말부터 중국산 '막대 쌀'이 들어와 군부대와 (건설)돌격대에 우선 공급되고 있다"며 "막대 쌀은 일반 쌀에 비해 빛깔이 검고 겨와 돌이 많이 섞여 있어 밥맛도 없다"고 말했다. 회령시의 소식통은 "주민들 사이에 '우리가 짐승들이냐'는 불만이 있는가 하면 '그런 쌀이라도 먹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다"고 전했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 쌀이 풀리면서 평양의 사정은 다소 나아진 것 같지만 지방은 배급 자체가 안되는데다 텃밭에서 나오는 수확량도 예년의 3분의 1로 줄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모니터링 전제로 쌀 지원 요청북한은 지난해 10월 남북 적십자회담 때 남측에 쌀 50만t을 요구한 데 이어 미국에도 지난달 초 30만t의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한성렬 주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지난달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만나 식량지원을 요청하면서 식량분배의 모니터링(감시)과 관련,"걱정하지 마라.미국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사정이 급박하다는 것이다. 지난 8일부터 한국을 방문 중인 킹 특사는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의 식량문제에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현재)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계획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면서도 "북한이 요구하면 한 · 미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무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우리 정부가 해마다 북한에 지원해온 쌀 50만t을 포함,국제사회로부터의 100만t 규모 식량 지원이 2008년부터 끊어진 것이 치명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