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 위기 경고음 급속 확산

세계 식량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중국발 밀 파동 경고로 더욱 높아진 가운데 국제사회의 대처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 미 농무부는 9일(이하 현지시각) 낸 월간 식량 수급 동향 보고서에서 미국의 옥수수 재고가 오는 8월말 종료되는 현 거래연도에 9% 감소해 6억7천500만부셸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연평균 거래 규모인 7억2천900만부셸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로이터는 미국이 세계 최대 옥수수 수출국임을 상기시키면서 재고가 이처럼 감소되면 지난 15년 사이 가장 작은 규모이며 사용 재고율도 대공황 이후 최저인 5%로 감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내셔널 푸드 프로덕트사의 구매 담당자인 스티브 니컬슨은 9일 블룸버그에 "주요 곡물 모두가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라면서 이 때문에 "세계 식량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 농무부 보고서는 올 수확 시즌에 앞선 전세계 주요 곡물 재고 관측을 일제히 하향 조정하는 한편 공급도 2.2%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및 다른 유럽 지역의 가뭄과 미국, 캐나다 및 호주의 이상 기후를 지적했다. 보고서가 나온데 자극받아 미 선물시장의 옥수수 가격은 9일 부셸당 2008년 후 처음으로 7달러를 넘어섰다. 로이터는 밀, 옥수수, 콩 및 식용유 종자 등의 가격이 기록적인 수준에 접근했다면서 쌀의 경우 2대 수출국인 태국과 베트남의 공급 여력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급난이 덜하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9일 재고를 3분의 1 가량 늘리기 위한 쌀 수입을 긴급 지시했다면서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도 곧 유사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주 발표한 식품가격지수(FPI)는 7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달 기록적인 231에 달했다. 이는 집계가 시작된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런 가운데 한창푸(韓長賦) 중국 농업부장은 9일 중국 밀 곡창지대의 가뭄이 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농업부 웹사이트 성명에서 경고했다. 그는 8개 주요 밀 경작 지역이 지난해 10월부터 가뭄에 시달리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미 773만헥타르의 겨울밀이 타격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체 수확분의 42.4%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편 다치안 치올로스 유럽연합(EU)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9일 워싱턴에서 톰 빌삭 미 농무장관과 만나 "식품 가격 안정의 중요성"을 논의했다고 EU 성명이 밝혔다. 성명은 두 사람이 세계 식품 안정 문제와 함께 호르몬 쇠고기 등을 둘러싼 두 나라 농업 현안도 협의했다고 전했다. 미-EU 접촉은 주요 20국(G20)이 오는 18일 파리에서 소집되는 재무장관 회담에서 애그플레이션(농업 인플레) 국제 감시 체제 창설 문제도 논의하기에 앞서 이뤄졌다. G20은 또 올해 의장국인 프랑스의 제의로 오는 6월 파리에서 G20 첫 농업장관 회담도 열기로 했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