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북한軍마저 '강영실' 아사자 속출…주민도 이집트 민주화 알아"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김정일 5년내 죽으면 軍 쿠데타…주민 봉기로 정권 붕괴 가능성
탈북자, 가족에 연 2천만弗 보내…남한 TV 나오는 함흥 집값 10배
젊은층 '아랫동네' 패션 몰래 따라해…드라마 '풀하우스' '영웅시대' 인기
서울 구로동 주택가 한 빌딩에 위치한 탈북자 학술단체 NK지식인연대 사무실.기자들 사이에선 북한 소식을 신속하게 전달해 주는 '북녘 뉴스 베이스캠프'로 불리는 곳이다. 북한의 화폐개혁,김정은의 실명 공개,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한국 드라마 열풍 등의 굵직한 뉴스가 여기에서 나왔다.

입구부터 몇 겹의 잠금장치가 돼 있는 이 사무실에서 지난 11일 김흥광 대표(52)를 만났다. 그는 "북한은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면서 전역이 현실에 대한 불평,미래에 대한 불확실로 바짝 말라 있다"며 "북한은 이미 붕괴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앞으로 10년 내 북한은 군 쿠데타를 정점으로 하는 대중적 소요에 의해 붕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집트의 민주화 소식이 북한에도 전해졌다면서요.

"북한은 지금 당국에서 손쓸 틈 없이 엄청난 정보가 인민들에게 들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TV도 나옵니다. 기이한 현상인데,전체 지역이 아니라 한국 TV가 지나가는 띠가 있습니다. 함흥 같은 곳은 함흥수리동력대학 근처 5㎞ 내에 한국 TV 나오는 띠가 있습니다. 거기 집값(주택이용권 양도할 때)은 다른 곳보다 10배나 비쌉니다. 사람들이 그런 걸 많이 보면서 깨치고 있죠.내 생활은 어떠며 다른 나라는 어떤지,한국이 어떤지도 다 압니다. 이게 1단계라면 2단계는 그런 정보를 주변 사람들과 주고받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도 풀뿌리 민주주의의 싹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

▼북한에도 민주화 바람이 불 수 있을까요. "그 정도로 성숙하지는 못했습니다. 김정일,조선노동당,김정은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면 바로 정치범 수용소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상당한 외부 문물이 들어가고 디지털 콘텐츠를 보면서 자기가 살고 있는 삶의 처지에 대해 스스로 깨닫는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통해 중국,한국과 통화하는 북한 사람들이 국경지역에 수만명은 될 겁니다. "

▼최근 북한 군부가 위기라고 하셨는데요.

"군에서 아사자들이 대량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전방부대에 특히 굶어 죽는 병사들이 많습니다. 후방군인들은 덜하죠.북 · 중 국경지역 군인들은 탈북자를 넘겨주면서 돈을 받으니까요. 국경전선 가는 것이 군 입대자들에게 하나의 희망입니다. 이곳에서 서울대 등 명문대 가는 것만큼 제일 인기있는 직업입니다. 거기 가려면 돈 주고 가야 합니다. "▼굶어 죽는 군인들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300~400명쯤 되는 대대급에서 한 달에 3~5명 정도 나옵니다. 북한에서 '강영실(강한 영양실조)'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군대에서까지 강영실이 확산되고 있다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

▼북한 정권이 그냥 내버려 둡니까.

"일반 주민들에게 군량미 명목으로 쌀을 거두지만 잘 안되죠.주민들도 없으니까 뭘 내겠어요. "▼올 1월 북한 평균기온이 26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대동강물이 얼었다고 들었는데 북한 주민들 생활이 많이 힘들겠습니다.

"평양은 중앙난방이었는데 다운타운에는 온수가 안 들어와서 저녁에 잘 때 방한복 · 양말 다 하고 덧버선까지 만들어 신고 잡니다. 난방은 하루에 2~3시간 틀어주는데,평양 말고는 안 해줍니다. 함흥은 무연탄,함북에서는 갈탄 때고 밥 할 때만 불 피우죠.삼시 세끼는 못하고 두끼 하거든요. 그 온기로 사는 거죠."

▼2009년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경제사정은 어떻습니까.

"예전에 평양 지하철 요금이 5전이었는데 지금은 5원입니다. 100배 올랐죠.화폐개혁 실패로 첫 개혁 · 개방의지가 완전히 끊어졌다고 봅니다. "

▼이런 북한 소식은 어떻게 들으십니까.

"중국 접경지역에 나와 있는 사람들과 거의 매일 핸드폰으로 통화합니다. 민초들의 얘기를 듣는 거죠.북한사회의 가장 바닥에서 나오는 사건 · 사고,대중 동원이라든지 시장에서의 얘기가 많습니다. "

▼최근 북한 당국에서 남북회담을 제안한 것은 식량 · 비료 지원을 얻기 위한 고육책으로 봐야 합니까.

"이산가족을 만나게 해줄 테니 인도주의 지원을 계속해 달라는 흥정입니다. 이게 늘 붙어 있죠.식량이 제대로 공급 안되면 군인들도 죽어 나가니까. 하지만 식량 지원을 해도 (북한 정권이)궤멸되는 마지막 날까지 핵무기는 포기 안할 겁니다. "

▼탈북자 2만명 시대인데,북한에서의 식량부족 사태가 대량 탈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습니까.

"지금 북한 상황은 쌀이 없고,춥고,막혀 있다는 겁니다. 유일한 답은 중국으로 가는 것이죠.앞선 탈북자들이 돈 보내주고 정보도 알려주니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봅니다. "

▼탈북자들이 북한의 가족들에게 어느 정도 돈을 보냅니까.

"한 해 2000만달러 넘게 보냅니다. 탈북자들은 월급의 3분의 1은 저축해서 북한에 보냅니다. 중국 브로커가 정하는 은행에 돈을 넣으면 북한에 있는 저쪽 사람이 곧바로 가족에게 돈을 지불합니다. 10분 뒤 통화하면 돈 받았다고 합니다. 돈 보내면서 정보도 흘러가는 것이죠."

▼탈북자에 대한 북한 내 인식은 어떻습니까.

"처음에는 나빴죠.같이 고생하면서 '붉은 기'를 지키지 않고 버린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지금은 똑똑한 사람 하나가 집안 살린다고들 하는 말도 나옵니다. "

▼최근 국경지역에 대한 감시와 처벌이 강화됐다죠.

"국경전선만 해도 완전 차단하라는 김정일 · 김정은 두 사람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예전에는 국경경비대만 있었는데 지금은 3선 · 4선까지 동원했습니다. 국경경비대,보위사령대(헌병대),국가안전보위부(국정원),안전부(경찰),노동적위대(민간군사무력대) 등 삼중사중으로 강화한 거죠.예전에 발포명령은 '서,서,서' 세 번하고 발포했는데,지금은 예고 없이 강을 건너는 자는 '무조건 쏴라'입니다. "

▼북한에 반체제 조직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1980년대 군 인민무력성에서 러시아 유학을 다녀온 작전 간부들이 정부 전복을 기도했었죠.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이 만든 사례도 있고 육군단 사건도 있고.하지만 재원이 없는데다 활동 경험 · 노하우 부족으로 이렇다 할 활약을 못하고 있습니다. "

▼김정은이 무난히 정권을 승계할 것으로 보십니까.

"지금까지는 무난하게 왔습니다. 이미 권력을 가지고 있죠.하지만 (권력을)공식적으로 받게 되면 숙청이 일어날 겁니다. 피비린내 나는 노장파 숙청이 불가피합니다. 그것이 착화점이 돼 권력쟁투와 권력층 불만이 폭발하겠죠.그 비밀이 조금 샜습니다. 그래서 북한 간부와 권력층은 칼날이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

▼김정은의 권력 승계 시 최대 라이벌은 누구라고 보십니까.

"김정일이 앞으로 5년 더 살면 체제는 김정은에게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5년 내 죽으면 고모부인 장성택과 붙을 겁니다. '내 손등도 믿지마라'가 북한의 격언인데,장성택을 믿을 형편이 못 됩니다. 김정은은 나이가 어려 감성에 휘둘리는 측면이 큽니다. "

▼요즘 북한의 젊은이들은 어떤 생각을 합니까.

"한국 드라마,중국 · 미국 다 압니다. 집에서는 몰래 청바지 입고 한국식으로 머리를 기르고 다닙니다. 말씨도 바꾸고 있어요.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남조선'이라고 하면 촌스럽다는 소릴 듣습니다. '아랫동네'라고 합니다. 북한을 '윗동네'라고 하고.남한드라마 '풀하우스'가 유명하죠.정주영 전 회장 일대기를 다룬 '영웅시대' CD도 몰래 많이 봅니다. "

▼어떤 방식으로든 통일이 머지않았다는 분석들이 많습니다.

"10년 내 될 것 같습니다. '쿵쿵쿵쿵' 다가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북한에)매일 전화통화하는데,예전에는 '김정일' 그러면 '무서운 소리하지 말라'고 했는데 요즘은 같이 '김정일이~'합니다. "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