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ㆍ국회 무능에 발목 잡힌 기업구조조정

중견 건설사인 진흥기업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지만 제대로 진행될지 불투명하다. 빚이 500억원이 넘는 부실징후기업을 대상으로 신속한 워크아웃을 가능케 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작년 말 연장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해당 법의 시한 만료가 임박해서야 연장을 추진한 정부의 늑장 대처와 제출된 법안을 심의조차 하지 않은 국회의 방관 속에 기업만 골병들게 생겼다. 올해도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기업이 적지 않을 것을 생각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06~2007년에도 이 법이 연장되지 못해 기업 구조조정이 여러 차례 실패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기촉법이 작동하지 않으면 사실상 모든 채권금융기관의 동의를 얻어야만 워크아웃이 진행된다. 기촉법상 75%의 동의만 얻으면 되는 것에 비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당시 기촉법이 효력을 잃어 자율 워크아웃을 추진했던 현대LCD와 VK가 제2금융권의 협조 거부와 채권 회수로 결국 법정관리로 들어간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와 국회가 그런 사정을 뻔히 알고도 미리 대처하지 못한 데 대해 채권단과 기업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지난해 37개 기업이 구조조정대상 업체로 선정됐고 올해도 그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채권금융기관들이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상시 구조조정을 해낼 수 있다면 문제가 안되지만 아직은 법적 장치에 기대야 하는 게 현실이다. 기촉법을 적용받아 경영정상화나 제3자 매각 등으로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도 60%를 웃돈다. 국회는 당장 기촉법 유효기간 연장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기촉법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는 만큼 심의 과정에서 거르는 작업도 필요하다. 법조계는 기촉법이 기업의 경영권과 주주권리,개별 금융기관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채권금융회사가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불만도 갖고 있다. 그렇더라도 이런 주장들이 워크아웃 신청 기업의 정상화를 위해 한시가 급한 기촉법 연장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