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원에 '자문형 랩' 주의보

랩 통한 자사주 투자는 공시대상…다른 대기업으로 확산 주목

삼성전자가 임원들에게 자문형 랩어카운트를 통한 삼성전자 주식 매매를 사실상 금지시켰다. 소수 대형주에 집중투자하는 자문형 랩의 특성을 감안하면 다른 대기업들도 임원들에게 비슷한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커 파장이 주목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3일 "최근 자문형 랩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부 임원들이 이를 통해 자사주를 거래하는 사례가 있다"며 "직접투자는 물론 자문형 랩을 통한 자사주 투자 역시 '공시사항'이란 점을 임원들에게 고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이 같은 회사측의 고지가 자문형 랩을 통한 자사주 매매를 사실상 금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문형 랩은 개인이 투자자문사의 조언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자산관리 상품의 일종이다. 펀드가 자산운용사에 완전 일임하는 간접투자인 데에 반해 자문형 랩은 투자자 본인의 증권계좌로 투자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삼성전자 측은 랩이 사실상 직접투자에 가깝다고 판단하고 경고령을 내렸다.

증권거래법 상 상장기업의 임원과 주요주주 등은 자사주를 거래할 때 지분변동 현황을 공시해야 하는데 랩을 통한 자사주 거래도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내부자에 포함되는 상장사 임원과 주주 등은 자사주를 6개월 내에 거래해 이익을 얻는 경우엔 이익을 회사에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랩 투자로 공시 위반을 범할 가능성이 있어 임원들에게 사전 고지와 함께 투자 자제를 당부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랩을 통한 자사주 매매 여부를 회사가 직접 파악할 방법이 없어 임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반 직원들도 증권사에 투자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수 · 합병(M&A)이나 실적 등 중요 정보를 다루는 일부 부서 직원들 역시 내부자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증권사에 문의해보니 '랩을 통해 자사주를 거래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펀드를 권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사 임원이 소속사를 밝히고 랩 투자를 시작하는 경우엔 자사주 거래를 막아놓는 방법을 택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사실상 자사주 거래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LG화학 등 대기업들도 임직원이 자문형 랩에 투자할 경우 자사주를 거래할 가능성이 있어 삼성전자와 같은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