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권 쥔 군부…'20명 장성' 최고군사委에 이집트 운명 달려

탄타위 국방·에난 참모총장…차기권력으로 급부상
무바라크 은닉재산 700억弗 추정…EU, 역내 보유자산 동결키로
30년간 이집트를 철권통치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최고군사위원회에 권력을 넘기고 퇴진함에 따라 군부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고군사위원회는 13일 성명을 통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며 직접 통치에 나서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선거일정을 제시하지 않은 데다 새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현 정부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일부 시위대가 반발하는 등 이집트 정국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군부의 움직임이 이집트 정국의 운명을 좌우하게 됐다. AFP통신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20명의 장성들로 구성된 최고군사위원회가 이집트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 출신 인사 권력 장악 유력

AP통신 등 외신은 군부가 쿠데타 등으로 군사정권을 세울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분석했다. 시위대와의 유혈 충돌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든 향후 정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지적이다. AFP통신은 "무바라크의 권력 이양 이후 군 출신 인사들이 차기 유력 지도자로 부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고군사위 위원장인 모하메드 후세인 탄타위 국방장관(76)과 사미 하페즈 에난 참모총장(63)이 대표적이다. 탄타위 장관은 야전 보병 출신으로,1970년대 중동전쟁 등에 참전한 전쟁 영웅으로 명성이 높다. 그러나 76세로 고령에다 무바라크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는 점이 약점이다.

에난 참모총장도 유력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청렴한 이미지를 유지해왔을 뿐 아니라 무바라크와는 다소 거리를 둔 행보를 보여왔다. 무슬림형제단 등 야권에서도 그의 인기가 높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에난 참모총장이 탄타위 국방장관과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 등을 제치고 가장 유력한 군 출신 차기 권력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군 출신 인사들이 오는 9월 대선에서 암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등 야권 인사들과 경쟁할 것이란 전망이다. ◆무바라크의 운명은

무바라크는 지난 11일 퇴진 발표 직후 헬기편으로 홍해 휴양지인 샤름 엘 셰이크에 도착했다고 집권 국민민주당(NDP)이 발표했다. 이곳에는 무바라크 소유의 별장이 있다. 일각에선 무바라크가 이미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 등지로 출국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군부에 무바라크에게 우호적인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무바라크가 이집트를 떠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위대도 정치범 석방,의회 해산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무바라크의 처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가 축재한 재산에 대해서는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바라크의 은닉 재산은 7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은행에 감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은 조만간 무바라크가 역내에 보유한 자산을 동결할 계획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무바라크 정권의 부패 혐의에 대한 수사도 조만간 시작될 전망이다. 이집트 검찰총장은 12일 아흐메드 나지프 전 총리와 하비브 엘 애들리 전 내무장관,아나스 엘 피키 전 정보부 장관 등 무바라크 정권 관료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또 일부 관료들의 자산 동결을 유럽 국가에 요청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