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진 바닷물 수증기에 북동풍이 눈구름 키워

2월 폭설 왜
동해안 지방에는 봄을 앞둔 2~3월에 기록적인 폭설이 유난히 자주 온다. 기상전문가들은 이맘때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기상 특성인 '북고남저(北高南低) 형' 기압배치와 지형적 특성인 '태백산맥'을 원인으로 꼽는다.

우선 2월에 접어들면 한 겨울 맹위를 떨쳤던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약해지는 대신 우리나라 남쪽에 저기압이 만들어져 북고남저형 기압 배치가 자주 나타난다. 그 결과 북동풍이 자주 불면서 상층의 찬 공기가 온도가 높은 해수면을 따라 내려오며 수증기를 공급받는다. 상층 공기는 영하 30~영하 40도에 달할 만큼 차갑지만 동해안 수온은 영상 14도 수준으로 따뜻한 편이어서 눈구름이 잘 만들어진다. 이로 인해 동해안 상공에 눈구름대가 형성된다.

동해로부터 불어온 습한 공기는 평균 해발고도 900m인 태백산맥의 급경사에 부딪쳐 급상승하면서 눈구름을 형성,많은 눈을 쏟아낸다. 기상위성 '천리안'이 우주에서 찍은 한반도 사진을 봐도 태백산맥을 따라 눈구름이 형성된 것이 보인다.

기상청은 영동 지방의 이번 폭설도 북고남저로 기압이 배치된 상태에서 눈구름이 강한 동풍을 타고 동해안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00년대 들어 강원지역에 20㎝ 이상 폭설이 왔던 아홉 차례 가운데 일곱 번이 2~3월에 집중됐다. 2001년 2월15일 춘천 25.2㎝,2004년 3월4일 영월 24.7㎝,2005년 3월4일 대관령 68.5㎝,2009년 3월26일 홍천 40㎝를 비롯해 지난해 3월9일 대관령이 108.8㎝ 적설을 기록하는 등 강원도에는 주로 봄 문턱인 2~3월에 엄청난 양의 눈이 내렸다. 반면 12월과 1월에 많은 눈이 왔던 해는 2001년(1월7일 대관령 97㎝)과 2008년(12월21일 미시령 105㎝) 정도에 불과했다.

피해 예방만 잘 이뤄진다면 폭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강원 영동 지역은 한 달 넘도록 극심한 가뭄에 시달려왔다. 이번 눈이 녹으면 바닥을 드러냈던 하천 수량이 회복되면서 물 부족에 고민이 많았던 농민들이 시름을 덜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