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회장 3파전 치열

[한경속보]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가 14일 신한금융 특별위원회 면접과정에서 후보직을 사퇴함에 따라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출이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간 3파전으로 압축됐다.

김 교수는 이날 면접을 가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특위위원들에게) 사외이사로서의 올바른 자세를 피력했다”고 말했다.그는 또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재일교포) 주주들에게도 당부의 얘기를 전했다”고 했다.지난해 9월부터 5개월여 이어진 신한 내분 사태와 회장 선출 과정에서의 실망감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김 교수는 특히 “신한금융지주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회사인데 그에 걸맞는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앞으로는 뉴욕 상장법인에 걸맞는 지배구조와 문화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여기까지가 끝이다.(신한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나하고 군번이 안 맞는다”며 후보에서 물러났음을 시사했다.김 교수는 올해 72세인 원로 경제학자다.지난 2005년 신한·조흥은행 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신한금융 내부 사정에 정통하지만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또 재일교포들의 지지를 받는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과 라 전 회장의 지원을 받는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 간 2파전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자신이 선임될 가능성을 낮게 본 것도 고사의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김 교수의 사퇴로 그를 지지해온 것으로 알려진 전성빈 신한금융 이사회 의장(서강대 교수)의 표가 남은 3명 중 어느 후보에게로 갈 지가 변수가 됐다.현재 9명의 특위 위원 중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의 지지를 받고 있는 한 의장에게 표를 던질 경우 한 의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된다.그러나 라 전 회장의 지원을 받는 한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면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본부장이 최종적으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의 단일 최대 주주인 BNP파리바의 지지를 받아 면접후보군에 포함된 최 전 사장도 ‘다크호스’다.특위 위원들이 라 전 회장이나 신 전 사장의 지원을 받지 않는 중립 성향의 후보를 선택할 것이란 분석도 있어서다.과거 조흥은행과의 통합 문제로 자신을 내쳤던 라 전 회장과 최근 화해했다는 소문도 일부에서 돌고 있다.

최 전 사장은 면접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신한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조직의 화합과 안정이며,‘뉴 노멀(new normal) 시대의 새 환경에 대비해 시급히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면접에서 강조했다”고 말했다.한편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은 면접에 들어가기에 앞서 ‘라 회장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너무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 같다”며 자신이 ‘친 라응찬’ 후보로 분류되는 것에 부담감을 나타냈다.

유창재/김혜정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