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3년 정책평가] (2) 물가 10% 폭등ㆍ실업자 10년 만에 최대…'고용 없는 성장'

● (2) 일자리·양극화

300만 고용창출 '부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영향…취업자 증가, 목표의 22% 불과

생활비 30% 절감 '물거품'
기름값ㆍ통신비 인하 공약 못 지켜…年 50만호 주택 공급도 실패

대ㆍ중기 상생 '추진 중'
하도급법 개정안 마련…국회 파행으로 논의 안돼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한국 경제가 안고 있던 난제 중 하나는 '고용 없는 성장'이었다. 국내총생산(GDP)이 연 4~5%씩 증가해도 일자리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 경제성장을 체감하기 어렵고,서민 생활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계층 및 부문 간 양극화도 심해졌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 300만개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절반 축소 △서민 주요 생활비 30% 절감 △대 · 중소기업 상생을 통한 양극화 해소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일자리 창출과 서민 생활 안정 등은 낙제점에 가깝다. 반면 대 · 중소기업 상생은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자리 300만개 창출 실패이명박 정부는 연간 60만개씩 일자리를 늘려 임기 중 30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노무현 정부 때 연평균 취업자 증가 폭(25만명)의 2배를 넘는 규모다. 하지만 지난해 취업자는 2382만9000명으로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7년(2343만3000명)보다 39만6000명밖에 늘지 않았다. 공약대로라면 3년간 취업자가 180만명 늘었어야 하지만 실제 취업자 증가 폭은 목표의 22%에 불과했다.

이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08년 취업자는 전년 대비 14만4000명 증가에 그쳤고,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진 2009년에는 취업자가 7만1000명 줄었다. 지난해 6.1% 경제성장과 함께 취업자도 32만3000명 증가했으나 연간 60만명 목표에 비하면 5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청년실업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도 물 건너갔다. 15~29세 청년실업자는 2007년 32만8000명에서 2008년 31만5000명으로 소폭 줄었지만 2009년 34만7000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실업자는 92만명으로 증가해 2000년(97만9000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청년층이 선호하는 고부가가치 일자리는 부족한 반면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청년실업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 '물가 폭탄'서민 주요 생활비를 30% 줄이겠다는 계획도 물가 상승으로 물거품이 됐다.

이명박 정부는 기름값 통신비 약값 사교육비 고속도로통행료 보육비 등의 인하를 약속했다. 하지만 통계청 가계동향 자료를 통해 분석 가능한 기름값 통신비 약값 사교육비의 가구당 지출액은 2007년 월평균 50만6083원에서 2009년 54만7749원으로 늘었다. 항목별로는 월평균 기름값 지출이 지난해 3분기 19만3896원으로 1년 전보다 9.3% 늘었다. 국제유가가 상승한 반면 대통령 선거 공약인 유류세 10% 인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탓이다. 통신비 지출도 4.5% 늘었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출퇴근 시간대 20㎞ 이하 운행 차량에 한해 50% 할인이 적용될 뿐 전체적인 요금 체계에는 변화가 없었다.

소비자물가는 채소류를 중심으로 급등했다. 현 정부 들어 3년간 물가상승률은 10.8%로 직전 3년의 7.7%보다 3.1%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2.9%로 비교적 낮았지만 채소류 등 신선식품지수는 21.3% 급등했다. 지난해 신선식품 가격 상승률은 1994년 23.8% 이후 최고치였다. 구건서 열린노무법인 대표는 "말로는 친서민정책을 되풀이 강조했으나 서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매년 50만세대 이상의 주택을 지어 서민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는 약속도 건설경기 부진으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인 2008년 주택 건설 인허가 실적은 37만1285세대로 전년보다 33.2% 줄었고 2009년과 2010년에도 각각 38만1787세대,38만6542세대로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부진한 대 · 중소기업 상생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정책이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의 적용 범위를 2,3차 하청업체까지 확대하고,6개월 이상 장기어음 결제를 금지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한 하도급법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작년 말 여당의 예산안 단독처리로 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았다.

정부 정책이 겉도는 사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상시 종사자 300인 이상의 대기업 생산지수는 2007년 118.1에서 2008년 123.5,2009년 125.0,2010년 147.9로 3년간 25.2% 상승한 반면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같은 기간 112.7에서 121.6으로 7.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정재훈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줄이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