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 반정부 시위대·경찰 충돌

[0730]이란 테헤란 도심에서 14일(현지시간) 야당 지지자 수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들 시위대는 이집트와 튀니지 민중 봉기에 영향을 받은 이들로 집회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강행했다고 이란 당국은 밝혔다.경찰은 시위자들에게 최루가스를 쏘며 해산작전에 나섰다.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시위자들이 체포됐다.야권은 이날 호스니 무바라크를 퇴진시킨 이집트 반정부 시위와의 연대 차원에서 시위를 촉구했다.야당 측의 한 웹사이트는 이번 시위는 테헤란뿐 아니라 중부 이스파한,남부 시라즈에서도 벌어졌으며 경찰이 강경 진압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위는 당초 이집트와 튀니지 민중 봉기를 지지하기 위해 비교적 평온한 거리행진으로 시작됐으나 반정부 시위로 돌변하면서 시위자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대규모 시위는 2009년 6월 대선 당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진 이후 처음이다.시위자들은 테헤란 아자디(자유) 광장과 엔겔라브(혁명) 광장 등으로 진입하려고 했으나 최루가스를 쏘는 경찰에 의해 저지당했다.이로 인해 이들 광장 주변에서 시위자들이 경찰과 충돌했고 시위자들은 최루가스를 차단하기 위해 휴지통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경찰은 야당에게 치안 위기를 조성하지 말라며 집회를 불허했으나 미르호세인 무사비,메흐디 카루비 등 야당 지도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시위 동참을 촉구했다.경찰은 이들 야당 지도자의 집을 에워싸 시위대에 합류하지 못하도록 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집트와 튀니지 반정부 시위를 1979년 이란혁명과 유사한 ‘이슬람의 자각’이라고 주장했다.하지만 야권은 2009년 6월 대선 부정선거에 대한 규탄시위와 더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집트 군부가 무바라크 전 정권의 권력실세들이 소유했던 자산들에 대해 동결조치를 요청해 왔다는 사실을 공개했다.헤이그 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히고 현재 유럽연합 재무장관들이 이집트 군부의 요청에 관해 토론 중이라고 밝혔다.그는 이어 영국과 유럽의 동맹들은 만일 이집트 국가재산을 오용하는 등의 불법적인 증거가 있다면 관련 계좌를 동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