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유통 마진 1~5%p 인하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들의 유통 마진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롯데백화점이 판매수수료를 1~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앞서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지난달 24일 지식경제부 주관의 물가안정대책회에 참석한 이후 밀가루, 라면 등 일부 생필품 가격을 1년간 동결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규제가 유통업계로 집중되자 유통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이날 오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협력사 대표 35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제5회 협력회사 초청 롯데백화점 컨벤션'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슬라이딩 마진 인하제' 도입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슬라이딩 마진 인하제는 입점 브랜드가 매출 목표를 10% 이상 초과할 경우 백화점 측이 마진을 1~5% 포인트 가량 내려줌으로써 협력사의 이익을 올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롯데백화점은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의 마진 인하는 공교롭게도 지난 9일 공정위 주관으로 열린 유통업계 CED 간담회에서 '판매수수료 공개 방침'이 발표된 직후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정위는 간담회에서 백화점 납품업체들의 가장 큰 불만 사항이었던 판매수수료를 2분기 내에 공개하는 것을 비롯해 '대규모소매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간담회에서 일부 백화점 대표는 판매마진은 백화점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공정위의 공개방침에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9년 유통업태별 평균 판매마진은 백화점 3사 25.6%, 대형마트 3사 24.3%, TV홈쇼핑 5사 32.5%에 이른다. 백화점의 판매마진이 낮아지면 입점 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더 나아가 소비자 가격인하 여력도 생기게 돼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상생은 물론 물가안정 정책에도 부응하게 된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은 "(슬라이딩 마진 인하제는) 매년 열리는 협력사 초청 컨벤션에서 올해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이미 준비돼 있었던 것"이라면서 "공정위 간담회와는 관계없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3월 행사에서는 마진 인상이 예정돼 있었던 338개 브랜드의 마진을 동결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공정위는 판매수수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는 유통업계에서 쓰지 않는 표현"이라면서 "백화점이 입점 브랜드로부터 받고 있는 수익은 매출이익 또는 마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마진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물가안정에 주력하고 있는 정부가 유통업체 쪽으로 규제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경부가 지난달 24일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 및 체인스토어협회 실무자들을 불러 물가안정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유통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지경부 물가안정 대책회의 직후 잇따라 밀가루, 라면 등 일부 생필품 가격을 인하하거나 동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물가안정 대책은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따라서 지경부 등 소관 부처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공정위와 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제조업들도 정부의 강력한 물가안정 정책에 따라 자사 제품의 가격을 인하하거나 가격 인상을 미루고 있다. 밀가루와 설탕업체들은 국제원자재 가격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격인상을 미루고 있고, 대한펄프와 유한킴벌리 등은 기존 상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물가안정용 기획상품을 출시했으며, 치킨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는 기존 치킨 메뉴의 가격을 평균 1천원 내렸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