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산전쟁…"오바마, 후손들의 은행을 털지말라"

연금 등 복지예산 거의 안깎아
공화당, 추가삭감 거센 요구
미국에서 예산전쟁이 시작됐다. 야당인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4일 의회에 제출한 2012 회계연도(2011년 10월~2012년 9월) 예산안 내용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번 예산안이 제시한 2012년 예산과 재정적자는 각각 3조7290억달러와 1조1010억달러로 올해의 3조8190억달러,1조6450억달러에 비해 줄어들었다. 하지만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4년 연속 1조달러대 재정적자가 발생한다며 예산을 대폭 깎을 태세다. 여기에다 오바마 대통령은 저소득층을 위한 건강보험과 노령연금 등 복지예산 지출을 크게 건드리지 않았다. 지난 연말 공화당과 어렵사리 타협해 내놓은 개인 연소득 20만달러 이상의 부유층 감세 연장 조치도 2012년 종료시키겠다고 밝혀 공화당 의원들을 자극했다.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은 4년 연속 재정적자를 지적하면서 "오바마의 예산안은 파산 가속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는 "더 많은 세금과 과도한 차입이라는 과거의 못된 습관을 답습하는 예산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당면한 심각한 재정적자 문제에 대처하는 데 실패한 예산안"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몰아붙였다.

공화당 대선후보들 역시 가세했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후손들의 은행을 터는 것을 그만두라"고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는 "미국을 파산으로 치닫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초선인 믹 멀베이니 의원은 "농담하시나"라며 빈정거렸다. 일부 중도적인 민주당 의원들도 공화당을 거들었다. 상원의 켄트 콘래드 예산위원장은 "천문학적인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방과 관련되지 않은 항목에서 과감한 예산 삭감이 필요하다"고 아쉬워 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은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추구하기 위해 고심 끝에 만들어진 예산안이라고 옹호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을 면담한 뒤 "공화당이 추구하는 국무부 예산 삭감은 미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예산안에서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한국의 초고속인터넷망 보급률을 언급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한 · 미 FTA를 통해 미국 내에서 7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가정의 초고속인터넷망 가입률은 고작 63%이나 한국은 95%에 달한다고도 소개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