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난 어떻길래] "北, 식량 살 돈 부족…외화벌이 일꾼에 목표 2배 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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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대북사업가들의 전언
南 지원 못받아 식량·외화난
환율 급등…화폐개혁 前 수준
평양선 700弗 스마트폰 매진
외화난 극복을 위해 북한이 자원 바겐세일에 나섰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떨어진 평양의 지시가 외화벌이 확대다. 베이징 등지에 파견된 무역상 등 외화벌이 일꾼들에게는 더 많은 할당이 부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에 사무실을 둔 B사 L사장은 "한국과 국제사회의 지원이 끊기면서 북한의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고,이를 만회할 방법은 중국에서 무상 지원을 더 받거나 외화를 많이 확보하는 것 외에는 없다"며 "각 기관에서 파견한 외화벌이 일꾼들에게 작년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할당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에 파견된 무역일꾼들은 마땅히 거래할 물건이 없어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합법적 사업'으로 달러를 벌기에 국제 경제와 북한이 처한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베이징의 다른 대북사업가도 "북한 군부 관계자가 '쌀을 마련할 길이 없다'며 도와달라고 사정하는데 난감했다"고 전했다.
최근 식량난이 악화되면서 환율도 미 달러당 북한돈 3000원에 달해 화폐개혁 이전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사업이 있는 W사의 S사장은 "일부 한국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은 아니지만 식량사정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가 차원의 배급이 끊어져 직장에서 배급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은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지 가져다가 시장에서 팔아 식량을 마련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북한이 추진해온 외국인 투자 유치에 대해서도 "개혁 없는 개방의 한계로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대해 개방을 하겠다는 의지만큼은 확고한 편이며 '1구2섬'을 집중 개방한다는 원칙도 그런 기조에서 세워졌다는 게 S사장의 전언이다. 1구는 나진선봉 지역,2섬은 위화도와 황금평을 말한다. 또 남포항 위쪽 안주항에 중국 자본을 유치해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는 "나진항에서도 중국 업체가 1부두를 장기임차했다는 것은 과장된 말이고,3부두를 러시아에서 임차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 업체의 경우 오래전부터 그곳에 물류창고를 만들어놓고 이용해왔다"며 "이것을 새로운 장기임차라고 말하긴 어렵고,편의 제공 정도"라고 전했다. 다만 3부두를 임차한 러시아 측에선 매년 100만달러씩 지급하고,철도도 부설해주기로 했다. 북한의 경제사정은 나빠지고 있지만 과감한 소비를 마다않는 평양의 특권층도 증가,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동강변에 새로 생긴 외국인 전용 실내수영장의 경우 1주일에 두 번 일반 주민에게 개방되는데 입장료가 7.4달러(한국화폐 기준 8300원)이지만 손님들로 꽉 들어차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자의 평균 월급이 북한 돈 4500원(실질 환율로 1.5달러)밖에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입장료는 북한 노동자 4~5개월치 월급에 해당한다. 또 작년 말 중국에서 들여온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이 대당 700달러에 판매됐는데 판매시작 당일 오전에 1000대가 전부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부분 뒷돈을 챙긴 관리나 무역을 통해 돈을 번 특수계층의 사람들로 알려졌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