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국산전동차 SR001

지하철은 1863년 1월 영국 런던에 처음 등장했다. 증기기관차에서 전기기관차로 바뀐 건 1890년 11월.유럽 대륙에선 1896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첫선을 보인 뒤 오스트리아 빈(1898)과 프랑스 파리(1900)로 이어졌다. 미국에선 1901년 보스턴,3년 뒤 뉴욕에서 개통됐다.

아시아에선 일본 도쿄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1927년).우리의 경우 일본보다 반 세기가량 늦은 1974년 8월15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청량리(7.8㎞) 구간이 개통됐다.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지금 서울의 지하철(1~9호선) 이용객은 하루 평균 665만2000명에 이른다. '시민의 발'이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닌 셈이다. 이런 지하철이지만 타 보면 민망할 때가 적지 않다. 서있기도 비좁은 출퇴근 시간에 다리를 잔뜩 벌리고 앉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건너편에서 빤히 보이는데도 불구,남녀 두 사람이 진한 신체 접촉을 하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는 까닭이다.

여름철 초미니스커트와 핫팬츠 차림의 젊은 여성들이 허벅지를 드러내고 있는 모습도 눈 둘 바를 모르게 만든다. 가방이나 손수건으로 가려주면 좀 나으련만 그렇지 않고 맨살을 그대로 내보인 상태면 보는 쪽이 오히려 쑥스럽다.

사람이라도 많으면 다행이지만 한적하면 일부러 외면하기도 쉽지 않으니 곤혹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일이 아니라도 낯선 이들끼리 얼굴을 마주한 채 앉아 있는 건 결코 편하지 않다. 어쩌면 장차 이런 고약한 일을 면할 수 있을 듯하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국산 전동차 'SR001'을 제작하면서 실내 디자인을 확 바꿔 놓은 덕이다. SR001의 경우 지금까지와 달리 좌석을 중앙에 설치,서로 등을 대고 창밖을 보도록 했다.

적어도 건너편에 앉은 사람의 지나친 노출이나 무분별한 스킨십 장면 때문에 눈을 내리깔아야 하는 일은 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손잡이 또한 기존 전동차와 달리 높이를 달리해 키 작은 승객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안전성 검증 뒤 하반기부터 7호선에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지만 서울시 의회가 안전성을 이유로 제작하지 못하도록 한 데다 인천시와 부천시도 제동을 걸어 일이 제대로 진척될지 미지수라고 한다. 지하철이 생긴 지 37년 만에 이뤄진 변화요,제작비도 싸다는데 막는 이들이 많다는 걸 보면 변화란 실로 어려운 일인 모양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