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량 줄고 수요 늘고…'피시플레이션' 오나

식생활 변화로 수급 불균형…1인당 수산물 소비 세계 2위
1년새 가격 큰 폭으로 올라…고등어 38%·물오징어 67% ↑
지난해 어업 생산량은 312만6000t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통계청은 연근해 어업 생산량이 113만4000t,원양어업이 59만t으로 각각 7.5%와 3.6% 줄었다고 발표했다. 그나마 내수면 어업(3.0%)과 천해양식어업(4.4%)에서 생산이 다소 증가,어업생산량 감소폭을 줄일 수 있었다.

문제는 가격 상승이다. 지난해 어업 생산금액은 전년(6조9242억원)보다 7.1% 증가했다. 생산량이 줄어드는데 금액이 늘어난다는 것은 판매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민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55㎏으로 전 세계에서 일본(64.6㎏)다음으로 많아 '피시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산물 수급 악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수산물 소비 급증 등에 따른 어족자원 부족이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5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t의 수산물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전 세계 수산물 어획량은 2000년 6300만t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반면 1인당 수산물 소비량(연간)은 2000년 들어 매년 증가세다.이 같은 수급 악화로 국제 수산물 가격 지수는 지난해부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에 따른 식생활 패턴 변화로 수산물 수급 불균형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수산물 가격도 급등지난해부터 국내 수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15일 거래된 고등어(중품)의 ㎏당 경락가격은 4380원으로 1년 전보다 38.6% 올랐다. 물오징어는 67.3%,건오징어(20마리)는 57.1% 각각 급등했다. 갈치 역시 ㎏당 1만6700원으로 전년 대비 24.6% 상승했다.

고등어와 갈치,오징어 등 난류성 어족을 중심으로 수산물 가격이 오른 것은 한파와 폭설 등 이상기온 탓으로 분석된다. 부산 대형선망수협 판매과 관계자는 "최근 바다에 파도가 강해 조업을 나가더라도 투망(물속에 그물을 넣는 것)이 어려워 어획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 노량진수산시장 관계자는 "고등어는 한시적으로 관세가 풀려 냉동 수입산 물량이 유통되고 있지만 여전히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라고 말했다. ◆장기 대책 필요

최근 들어 주요국들이 수자원 보호를 위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선포하는 등 조업관리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수산물 쿼터 확보에도 혈안이 돼 있다. 국내에서도 사조산업이 지난달 러시아 수산회사 두 곳을 인수하는 등 수산물 확보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피시플레이션을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농축산물만큼은 아니지만 수산물도 주요 물가지수 급등을 견인하고 있다"며 "가격 불안을 안정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준석 농림수산식품부 수산정책관은 "원양어업 선진화와 해외 수입선 다변화 등 여러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수산물 비축 문제도 장기적으로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서욱진/강유현 기자 venture@hankyung.com◆ 피시플레이션

수산물(fisheries)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수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과 실물가치 하락을 뜻한다.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inflation)'이라는 말이 상용화된 이후 새롭게 많이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