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리먼 파산결정 평생 후회하지 않을 것

[0730]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최근 “리먼 파산을 둘러싼 나의 행동은 죽을 때까지 계속 옹호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해 15일 공개한 미 의회 산하 금융위기조사위원회(FCIC) 면담 내용 전문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은 이같이 말하며 2008년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을 방치해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다는 비판을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버냉키 의장은 FCIC 위원들과의 비공개 대화에서 “당시 리먼을 살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했지만 법적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리먼을 구제할 수 없었다는 입장은 내가 임종할 때까지 계속 고수할 것”이라고 말해 리먼 파산이 불가피한 결정이었으며 후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융위기 발발 이후 시장에서는 미 재무부와 FRB 등이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와 보험회사 AIG를 구제한 반면 리먼은 파산하도록 내버려둬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그러나 FCIC는 사전에 금융감독당국의 규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금융위기 발발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하고 리먼의 파산에 대한 책임론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버냉키 의장은 FCIC와의 면담에서 “FRB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제대로 규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개별 은행에 대한 FRB의 감독권을 흔들어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그는 의회에서 금융감독 기능에 대한 개혁이 논의되고 있는 것과 관련,“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금융회사의 실패를 예견할 수 없다면 감독기능 개혁 역시 실패할 것” 이라며 “골드만삭스도 파산할 수 있고 골드만삭스의 채권자들이 손실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CIC의 버냉키 의장에 대한 면담은 2009년 11월17일 비공개로 90분 간 이뤄졌으며,면담 내용은 국립문서보관서로 보내져 5년 후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FCIC가 FRB의 동의를 얻어 일부 내용을 최근 공개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