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을지문덕…김유신…이순신…다시 듣는 '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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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열전 | 이성무 지음 | 청아출판사 | 360쪽 | 1만5000원김유신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뉜다. 민족의 통일을 일군 불세출의 영웅이라는 평가와 외세를 끌어들여 만주 땅을 잃게 만든 망국적 사대주의자라는 평가가 그것이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명장열전》의 저자는 김유신과 신라의 선택이 불가피했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당시 신라는 고구려와 백제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었다. 신라의 처지에서 볼 때 그들은 같은 민족이기 전에 적이었다. 동맹을 맺은 고구려와 백제가 언제 공격해 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강대국인 당나라와 우호 관계를 맺은 것은 외교적으로 당연한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김유신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킨 영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나라는 백제를 공략할 때부터 내친 김에 신라까지 공격하려고 계획했다.
당나라 대장군 소정방은 김유신을 뇌물로 회유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의 뜻을 알아챈 김유신은 오히려 신라군에 백제 옷을 입혀 당나라를 먼저 공격하려 했다. 김유신의 기개에 탄복한 소정방은 당나라 황제에게 신라를 '작지만 도모할 수 없는 나라'로 보고했다. 책은 김유신을 비롯해 을지문덕,연개소문,계백,서희,이종무,곽재우,김좌진,홍범도에 이르기까지 한국사에서 활약한 31명의 명장을 재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이순신이나 김종서처럼 훌륭한 무장들이 대부분 죽거나 불행해진 것에 주목한다. 조선은 문치주의 국가였다. 무관이 힘을 가지면 언제든 정권을 뒤엎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무장들이 전쟁에서 이기기보다 적당히 화해하고 타협하려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등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사건들을 겪으면서 군 지휘관들의 자질과 작전능력이 새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저자는 명장들의 삶을 재조명함으로써 아직도 남아 있는 문치주의 풍조를 없애고 국방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