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시골병원에 도시 환자가 하루 2600명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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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메다 병원 부원장이 말하는 '성공 비결'
"환자가 원하면 NO는 없다"
리츠칼튼 같은 병실ㆍ서비스
환자 75%가 도쿄 등서 찾아와
대전 선병원과 자매결연 맺기로
가메다병원은 일본 지바현 가모가와시에 있는 지방병원이다. 도쿄에서 남동쪽으로 2시간 정도 떨어진 태평양 바닷가에 있다. 가모가와는 인구 3만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병원은 대도시의 대형 병원도 아니고 대학병원도 아니다. 그런데도 일본 최고의 병원으로 꼽힌다. 각종 조사에서 환자만족도가 제일 높고 서비스도 가장 좋은 병원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다 보니 찾는 사람이 많다.
하루 내원환자는 평균 3500명.그 중 인근 지역 사람은 4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 2600여명은 도쿄 등 100㎞ 이상 떨어진 먼 곳에서 찾아온다. 지방 병원은 인턴을 뽑기도 힘들다. 그런데 이 병원은 작년 22명의 인턴을 뽑는데 86명이 지원해 3.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경영난을 겪는 지방병원이 다수 있다. 가메다병원이 부각되는 의료환경이다. 이 병원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20년 동안 이 병원의 경영혁신을 주도한 존 워커 부원장(68)이 지난 16일 대전 선병원을 찾아 병원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선병원이 한국의 지방병원으로 성공했다는 얘기를 듣고 벤치마킹할 점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가메다병원은 11대째 내려오는 가족병원이다. 역사가 350년이나 됐다. 1000개 병상에 의사는 450여명,간호사는 720명이다.
이 병원은 가메다 가문이 경영 혁신에 나서면서 일본 내 독특한 병원으로 알려졌지만 1991년 워커 부원장을 영입하면서 혁신의 날개를 달았다.
워커 부원장은 미국 오하이오주 출신으로 대학에서 병원경영을 전공한 뒤 1960년대에 해군 장교로 임관했다. 30년 가까이 주로 주일 미군사령부에 근무하면서 해군 병원의 경영 혁신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가메다병원과 인연을 맺어 이 병원의 부원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가메다병원의 의사 삼형제(가메다 도시타다,가메다 다카아키,가메다 신수케)와 힘을 합쳐 병원 개혁을 집도했다. 핵심은 '환자 중심병원'이다. 병원은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친절하고 편한 병원을 만들었다. 병실은 리츠칼튼호텔을 연상시킬 정도로 우아하다. 재활병원은 세계적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모든 병실에선 바다를 볼 수 있다.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환자에게 차트(환자에 대한 각종 자료를 알기 쉽게 정리한 문서)도 공개했다. 어느 병원이나 차트는 잘 보여주지 않는다. 자칫 의료소송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커 부원장은 "환자는 고객이 아니라 치료를 위한 동반자라는 생각으로 이를 공개했고 그에 따른 의료소송은 한 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입원환자 중 의사의 허락을 받으면 병실에서 와인도 마실 수 있다. 워커 부원장은 "가메다에서 환자가 원하는데 노(No)라는 답변은 없다"고 말했다.
워커 부원장은 선병원의 경우 가메다 병원과 비슷한 점이 너무 많아 놀랐다고 설명했다. 삼형제가 고향의 지방병원을 이끌고 있는 점,대를 이어 가업으로 병원을 경영하는 점,친절하고 환자만족도가 높은 병원이라는 점도 비슷하다고 꼽았다. 특히 "선치과병원의 시설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며 조직화돼 있다"고 덧붙였다. 선병원의 핵심 사명은 '우리를 찾는 모든 이에게 언제나 제약 없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한다'이다. 돈이 없어도,공휴일 새벽 2시에 문을 두드려도 항상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을 기쁘게 해주자'는 가메다병원의 원훈과 통한다. 양 병원은 직원을 교류해 상대방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자매결연을 맺기로 했다.
대전=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